카게히나 두번째 사다리 3 미완 / 시라토리자와 출신 카게야마 뭐… 뭐지…? 히나타는 버스에 올라타고 앞좌석에 앉으면서도 어리둥절했다. 그의 옆자리에 앉은 우카이 역시 한참을 침묵하다가 물었다. “너 카게야마 토비오랑 따로 만날 정도로 친했던가?”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히나타는 머릿속으로 카게야마와의 만남을 되짚었다. 처음 만난 건 인터하이 예선 때 화장실에서였고. 그 다음이 봄고 예선 때 체육관 앞이었지. 그리고 그 다음은 인터하이 예선, 그 다음이 봄고 예선, 그 다음이 인터하이 예선, 마지막으로 봄고 예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국대회를 가기 위한 길목에서밖에 만난 적 없었다. 달리기를 너무 열심히 하다가 가버린 시라토리자와에서도 우시지마밖에 만나지 못했다. 졸업 이후에 인연이 있냐 ..
카게히나 두번째 사다리 2 원작날조 있음 / 3기 네타 有 / 미완 가능성 多 카라스노 고등학교. 카게야마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학교였다. 전국대회로 가는 길목인 지역 예선 때마다 시라토리자와와 팽팽한 접전을 펼친 것이 자그마치 3년이다. 몰락한 강호. 날지 못하는 까마귀라고 무시당한 적도 있었으나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카게야마가 처음 고등학생이 되어 출전한 인터하이 예선에서 보았던 경기력과는 차원이 다르게 변모한 모습으로 그해 봄고 예선에서 마주쳤었다. 인터하이 예선에서는 결승까지도 올라오지 못했던 카라스노가 처음 그들을 꺾고 전국에 진출하고, 그 이후에도 짜기라도 한 듯 한 번씩 번갈아 전국대회에 진출하곤 했던 경기의 중심에는 히나타 소요가 있었다. 조그만 체구에도 불구하고 폭발..
카게히나 두번째 사다리 1 원작 날조 있음 / 3기 네타 有 / 미완 확률 多 탕. 탕. 레프트!! 탕! 커버, 커버! 돈마이! 멀리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체육관 문이 열려있는 탓이었다. 히나타는 설레는 마음을 손 안에 꼭 쥐고 체육관 앞에 섰다. 안에서는 벌써 연습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여러 목소리들이 섞여 시끄러웠다. 소리만 듣고도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빠르게 구르는 발과 바닥에 튕기는 공 소리가 그를 자극했다. 손바닥 안의 설렘이 뜨끈하게 데워져 심장을 덥혔다. 앳된 소년들의 목소리와 섞여 고함을 지르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게 되자 더는 가만히 서있을 수 없었다. 히나타는 재빨리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팔짱을 끼고 벽에 붙어서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던 우카이 코치, 아니..
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完 사망소재 주의 아카아시는 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가 쓰던 침대가 맞았다. 그가 시험기간마다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던 책상이 보였다. 책꽂이에 가득한 1학년 때의 교과서와 2학년 때의 교과서가 보였다. 방구석에 배구공이 수건과 함께 놓여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방과 너무나도 흡사한 광경이었다. 순간 혼란이 닥쳐와 아카아시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보았다. 침대가 놓인 벽쪽에 걸려 있는 벽걸이 달력. 날짜를 따로 표시해놓는 편이 아니라 날짜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년도가 보였다. 2012년. 그리고 펼쳐진 5월 달력. 정말 2012년, 그가 18세인 시기로 되돌아온 것이다. 아카아시의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몹시 어려웠지만 아카아시는 떨리..
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7 사망소재 주의 아카아시는 눈가가 축축한 것을 느꼈다. 눈을 뜨자 어른거리는 시야가 보였다. 다시 깨어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물기로 가득한 시야는 예상하지 못한 터라 아카아시는 당황했다. 자리에서 번쩍 몸을 일으키자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주륵 떨어졌다. 이불보 위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낯설어 아카아시는 쉴 새 없이 닦아내다가 그만 포기하고 눈만 깜빡거렸다. [‘나는 얼마나 더 너를 잃어야 하는 걸까…’] 보쿠토의 말이 떠올랐다. 아카아시를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답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질문이 누군가를 향했다고 해도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일 것이다. 지금은 일곱 번째 죽음, 여덟 번째 삶이었다. 그가 고양이처럼 아홉 번을 산다고 하면 이번을 포함해 한 ..
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6 사망소재 주의 아카아시가 손을 들었다. 덮은 눈가는 뜨끈뜨끈했다. 눈물이 새어나올 것 같아 그는 대신 길게 숨을 뱉어냈다. 또 한 번의 죽음이 찾아왔다. 보쿠토의 눈앞에서, 그를 대신해서. 그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가. 간접적으로 품고 있는 마음을 고백한 상대에게 다시금 아물 수 없는 상처를 줘버렸다. 처음 난 상처 위로 덧그리고 또 덧그려진 상처는 나을 수 있는 방법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몇 번째인지 모를 사과를 했지만 그건 아마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금방이라도 ‘하지 말라’고 뻐끔거릴 것 같았던 그의 마지막 입모양을 떠올리며 아카아시는 깊은 자책과 절망에 잠겼다. ‘아카아시.’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에게 이름이 불리는 순간순간이 좋았다. 하지..
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5 사망소재 주의 아카아시는 피곤하게 천장을 살폈다. 형광등이 보였다. 불이 켜져 있는 대신 햇빛이 들고 있었지만 한 순간 그 등이 환하게 밝혀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유성이 떨어지듯 시야 가득 환한 빛이 들어찼지만 그 이후에는 운석이 남긴 크레이터처럼 보쿠토에게는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움푹 패여 남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보쿠토를 직접 밀어버린 손이 신경 쓰여서, 솔직한 마음과 배반되는 말을 뱉어버린 게 미안해서, 아카아시는 눈을 감았다. 피로감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눈꺼풀이 무거웠다.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여긴 아카아시의 집도 아니었고 이제야 여섯 번째일 뿐이었다. 다섯 번 죽고 깨어난 여섯 번째. 더욱이 다섯 번째는 ..
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4 사망소재 주의 정말 다시 깨어났다. 아카아시는 허탈하게 눈만 깜빡거렸다. 벌써 다섯 번째다.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고 쌓이기만 하고 있다. 다만 가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네 번 죽고 다섯 번째로 깨어났다. 첫 번째로 죽을 때 그는 고양이를 구하려던 보쿠토를 대신했다. 고양이가 그 후로 아카아시에게 친근감을 보이는 행동을 했고, 어느 할머니는 아카아시와 고양이를 맞바꾼 거라고 했다. 그리고… 고양이는 아홉 번 산다는 속설. 할머니의 말이 맞다면… 그 속설을 적용한다면… 아카아시는 아홉 번 살게 될 것이다.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여덟 번 죽는다는 말과도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아카아시는 어이가 없었다. 다시 곱씹어 봐도 여간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
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3 사망소재 주의 또다. 눈을 뜬 아카아시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익숙한 방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방 안을 훑었다. 그가 앉아있는 작은 침대, 하얀 벽지와 나무로 된 책상, 다소 낡은 듯한 창틀, 옷장과 전신 거울. 머리가 아파 아카아시는 이마를 짚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전신거울 앞에 섰다. 그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 주머니에서는 원 상태의 액수로 돌아온 지갑이 나왔다. 그러니까… 2018년에서 눈을 떴던 그 때와 같은 광경이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지? 답답했다. 목이 조이는 것 같아 메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파란색 넥타이를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는 전신거울을 붙잡았다. 어디도 다치지 않은 멀쩡한 얼굴이었다. 말도 안 된다. 벌써 세..
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2 사망소재 주의 아카아시는 눈을 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랬다. 처음 보는 낯선 천장은 누르스름한 색이었다. 형광등을 갈던 중이었던 건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뚜껑이 열린 안은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카아시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여전히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손을 들어 배를 만졌다. 찢어진 자국도, 축축하거나 딱딱하게 말라붙은 핏자국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 닿는 거라곤 오직 익숙하게 부드러운 와이셔츠의 느낌뿐이었다. 아카아시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켰다. 천장뿐만 아니라 방 안의 광경도 낯설기만 했다. 또다시 처음 보는 방 안이라니. 아카아시가 십여 년 동안 살던 방도 아니었고, 아카아시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조화로 깨어났던 누군가의 방도 아니었다. 아카아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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