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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당신을 맞춰 언젠가 2
사망소재 주의
아카아시는 눈을 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랬다. 처음 보는 낯선 천장은 누르스름한 색이었다. 형광등을 갈던 중이었던 건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뚜껑이 열린 안은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카아시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여전히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손을 들어 배를 만졌다. 찢어진 자국도, 축축하거나 딱딱하게 말라붙은 핏자국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 닿는 거라곤 오직 익숙하게 부드러운 와이셔츠의 느낌뿐이었다.
아카아시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켰다. 천장뿐만 아니라 방 안의 광경도 낯설기만 했다. 또다시 처음 보는 방 안이라니. 아카아시가 십여 년 동안 살던 방도 아니었고, 아카아시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조화로 깨어났던 누군가의 방도 아니었다. 아카아시가 살던 방과는 크기가 비슷했고 누군가의 방보다는 컸다. 낯선 방에서 깨어난 건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카아시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순간 미약하게 이는 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조금 어지러운 머리가 진정이 되고 아카아시는 손을 내려 몸을 살폈다. 손으로 느꼈던 것처럼 그는 계속 교복을 입고 있었다. 칼에 찔려 찢어진 자국도, 피에 물든 흔적도 없었다. 그는 와이셔츠를 끌어올렸다.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아카아시의 기다란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칼의 위치를 짚었다. 하지만 흉터는 물론이고 어디 다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다. 마치 꿈이라도 꾼 것처럼.
……이게 가능해? 내가 ‘또’ 살았다고?
아카아시는 헛웃음을 지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한 고통은 진짜였다. 꿈도 아니었고 가상현실도 아니었다. 그에게 초능력이 있어서 부활한 좀비도 아니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소망도 빌어본 적 없었다. 애초에 어떤 신도 믿지 않는 그가 신의 자비를 받을 리가 없질 않은가. 차라리 꿈이었다면 그냥 개꿈을 꾼 거라고 치부해버릴 텐데. 아카아시는 문득 설마 싶어 교복 주머니를 뒤졌다. 그가 예상한 대로, 어쩌면 바라지 않은 대로 지갑이 나왔다. 안의 액수를 확인하니 똑같았다. 2012년에는 피자빵을, 2018년에는 택시를 타느라 써버린 돈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니까 또 하루- 아니 몇 시간이 되감아진 상태에서 또 이상한 곳에서 깨어났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한 건가?
아카아시는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에는 책상이 꽉 들어차 있었다. 책상 위는 노트북과 빈 종이와 펜을 제외하곤 깔끔하고 깨끗했다. 그 책상 구석에서 아카아시는 달력을 발견했다. 언뜻 보이는 5월이라는 글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21일까지 붉은 펜으로 엑스표시된 달력. 동그라미가 쳐진 22일. 또 5월 22일이다. 아카아시는 달력을 던져버릴 뻔했다. 우측 상단에 적혀 있는 년도를 확인한 이후였다.
“2031…”
2031년.
2031년! 아카아시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2018년까지는 그렇다 쳐도, 2031년이라니? 도대체 몇 년을 뛰어넘었다는 말인가? 2012년에서부터 19년, 2018년에서부터 13년이 지났다. 이때까지 살아있다면 아카아시는 37세가 되는 셈이다. 37세. 37세라고? 실감도 나지 않고 믿기지도 않았다. 그는 고작 18년을 살았을 뿐이고 앞에 닥친 중대한 문제라곤 몇 달 뒤에 있을 봄고 예선, 더 멀리 본다면 봄고 본선, 더 멀리 본다면 보쿠토의 졸업, 더더 멀리 본다면 그의 진학 여부와 진로 문제가 전부일 뿐이었다. 길어봤자 20대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밖에 없었던 그에게 30대, 그것도 30대 후반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해봤자 어차피 죽을 테니 쓸모없었을 테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 그가 2031년에 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카아시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와 펜을 들었다.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하게도 이걸 써야 했다. 포스트잇 크기의 종이를 하나 뜯어낸 아카아시는 침대에 주저앉아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의 펜이 천천히 움직였다.
2012년 5월 22일
2018년 5월 22일
2031년 5월 22일
날짜만 가지고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카아시는 날짜 아래에 크게 물음표를 그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섣불리 생각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2031년. 그가 살던 2012년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시간. 차라리 이 모든 게 잘 짜인 한 편의 연극이면 좋겠지만 2018년의 경우를 따져보면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를 보며 창백하게 질린 보쿠토와 그를 보며 울부짖던 보쿠토는 정말, 정말 그 무엇보다 생생했으니까.
보쿠토상은… 잘 지내고 있을까. 아카아시는 손을 매만졌다. 2031년의 아카아시가 37세라면 보쿠토는 38세다. 선수로서는 아예 은퇴하고도 남아 어디 코치 혹은 감독으로 들어가 있을 나이였다. 분명 리그에서 큰 활약을 했을 테니 찾는 곳도 많았겠지. 이쯤에서 보쿠토 생각을 멈춘 아카아시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보쿠토를 찾기보다 부모님을 먼저 찾아뵙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19년 전에 죽은 아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그것도 교복차림으로 나타난다면 몹시 충격을 받지 않을까 했지만……
무심코 방을 나서려던 아카아시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잠시 잊고 있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 장례식이 끝나고… 곧바로 이사를 가셔서… 못 뵌 지 좀 됐어. 연락을 해도 괜찮다 괜찮다 하시기만 하는데… 가끔 네가 안치되어 있는 곳에서 뵙기도 하고…’]
2018년의 보쿠토가 그랬었다. 그가 사고로 죽은 이후 그의 부모님이 이사를 갔다고. 어디로 갔는지는 몰랐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부모님이 갈만한 지역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십 몇 년을 산 집이다. 그 집을 팔 정도로 괴로웠으니 먼 곳으로 떠났을까? 아니면 적당히 가까운 곳으로 떠났을까? 아카아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2018년에 보쿠토를 만났을 때 물어볼 걸 그랬다. 배가 고프다고 밥을 사달랄 게 아니라 곧장 부모님께 가자고 말했어야 했다. 그 근처를 벗어났다면 그 광팬이라는 남자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었고…….
아카아시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다 부질없는 상상이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구하기 위해 대신 뛰어들지 않아야 했다. 보쿠토는 어린 고양이를 대신해 몸을 날리지 않았어야 했다.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졌다. 아카아시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구겼다. 툭,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신경 쓰지 않으며 그는 뒤를 돌았다. 시야에 잡힌 것은 노트북이었다.
부모님을 만나려면 보쿠토를 찾아야 한다. 아카아시는 조금 망설이다가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들었다. 인터넷을 켜고 그는 보쿠토의 이름을 넣어 검색을 했다.
은퇴 후 몇 년이 지났을 게 분명해 찾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확실히 보쿠토 코타로라는 이름이 들어간 정보를 찾는 건 어려웠다. 그래도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나? 보쿠토라면 분명 국가대표도 했을 테고, 리그에서 손꼽히는 윙스파이커가 됐을 텐데 이렇게까지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상했다. 자꾸 보쿠토라는 성을 가진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기에 아카아시는 검색어에 보쿠토가 뛰던 팀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러자 필터된 정보가 주르륵 나열되었다.
‘보쿠토 코타로, 이른 은퇴’
‘28세의 나이로 은퇴 결정한 보쿠토 코타로 “부상 아니다”’
‘아시안게임 목전에 두고 은퇴, 당사자는 묵묵부답’
기사의 제목만 봐도 아카아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은퇴? 이른 은퇴? 부상도 아닌데 은퇴라고? 아카아시는 마우스를 쥐었던 손을 떼고 주먹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 손끝이 차가워져 있었다. 아카아시는 곧바로 다른 정보를 찾았다. 한 사이트에서 보쿠토의 은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글이 있어 클릭했다.
- 보쿠토 코타로 선수 왜 은퇴해?
- 글쎄. 부상은 아니라는데 대체 왜 벌써 은퇴하는지…
- 내가 가진 소스에 따르면 소속팀도 난리 났다고 하더라. 원래 작년부터 은퇴하겠다고 했었대. 겨우 말렸더니 올해 덜컥 인터뷰로 터트려서 팀이 난리 난 모양이야.
- 국가대표 아니야? 2022 아시안게임이 코앞인데 은퇴라니 말이 돼? 무슨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거 아닐까.
- 여기 풀어도 될지 모르겠는데……
- 풀어봐
- 보쿠토 선수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 했어.
- 그럴 일이 있어? 경기는 다 MVP급으로 활약하잖아?
- 그게… 이전에 광팬 하나가 칼 들고 설치는 바람에 보쿠토 선수 크게 다칠 뻔한 적 있잖아. 그게 좀 트라우마가 된 것 같더라고.
덜컥. 심장이 저 발치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카아시는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나머지 입안에서 피맛이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쇠향이 코까지 퍼지는 순간 떠올렸다. 그의 이름의 한토막인지, 잘 나오지 않는 비명의 한토막인지 모를 단어만을 황망히 뻐끔거리던 보쿠토의 모습을. 다시 만나자마자 그를 꽉 껴안아오던 보쿠토의 모습을. 그리고… 그가 다시금 칼에 찔려 정신을 잃기 직전 보이던 보쿠토의 눈물 젖은 모습까지.
아카아시의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 정확한 정보도 아니고 당사자에게 들은 말도 아니었지만 보쿠토의 이른 은퇴에,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아시안게임을 밟기 직전 그것을 포기해버린 원인에 아카아시가 있을 것만 같아서 겁이 났다. 이러려고 죽은 게 아닌데.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그의 그림자에 갇혀 살라고 그렇게 대신 죽어버린 게 아닌데.
저는… 보쿠토상이 살았으면… 꿈을 이루면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저 하나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왜….
쿵쾅쿵쾅 머리를 가득 울리는 심장소리가 너무 컸다. 머리가 뽀개질 듯 아파 팔꿈치를 괴고 이마를 짚었다.
아카아시는 인터넷을 통해 보쿠토의 근황을 알아내느라 시간을 꽤 허비했다. 보쿠토가 이른 은퇴를 결정한 건 지금까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었다. 한창 활약할 나이에 사라져버린 보쿠토는 조그만 팀의 코치로 들어가 있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맡고 있는 팀은 기록도 성적도 좋지 않아 더욱 찾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행이라면 아카아시가 있던 지역과 가까운 곳이라는 사실뿐이었다.
아카아시는 눈을 질끈 감았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이곳은 경비원도 경비실도 없는 그냥 조그만 동네 체육관 같았다. 안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며 훈련시간인 티를 팍팍 내고 있었지만 아카아시는 쉽사리 들어갈 수 없었다. 몇 걸음 더 가면 되는데 발에 못이라도 박한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건 아마 염치가 없어서일 것이다. 눈앞에서 두 번이나 죽어버린 못난 후배 때문에 죄책감이 쌓이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됐다면 할 말이 없었다. 제 아무리 그를 위해 한 일이라 할지라도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한참을 망설이고 주저하는 아카아시가 손을 매만지며 고민할 때였다. 하염없이 체육관을 바라보고 있는 등 뒤로 누군가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카아시의 눈이 커졌다. 손바닥에서 땀이 차기 시작했다. 소리만 듣고도 아카아시는 그 걸음걸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심장이 한 번 요란하게 튀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볼 자신이 없어 그는 들려오는 목소리만을 속절없이 들었다.
“하. 또야?”
짜증난다는 말투였다. 아카아시와 약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빈정거리는 어조에 아카아시는 숨이 막혔다.
“교복도 이제 지겹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는 없어?”
쿵쾅쿵쾅 뛰는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겁이 났다. 하지만 아카아시는 최대한 의연하게 뒤를 돌았다. 사과하자. 곧바로 사과하는 거다. 하지만 뒤를 돌아 보쿠토의 모습을 확인한 아카아시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대충 차려입은 트레이닝복, 그리고 목에 걸고 있는 호루라기. 왁스로 세우지 않아 축 처져 내린 머리카락. 입가에 물고 있는 담배. 그리고… 그를 향한 차가운 눈빛.
마지막 것만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종류였다. 그와 보쿠토가 학생이었던 시절, 철저하게 마음을 숨긴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변한 눈빛을 받고 싶지 않아서. 영원히 좋은 후배로 남고 싶어서. 하지만 지금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었다. 담배를 불량스럽게 꼬나물고 그를 쳐다보는 건 상상하던 것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순간 아카아시는 그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사랑해요’라는 고백이 아니었을까 의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깨끗이 지워졌다. 아카아시의 두 번의 죽음은 보쿠토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아카아시가 무척 밉게 느껴져도 할 말이 없었다.
“왜 자꾸 나타나? 또 내 눈앞에서 죽으려고?”
“보쿠토상…”
“하아. 이젠 말까지? 헛것도 이젠 진화를 하네.”
…헛것? 보쿠토가 바닥에 담배를 떨어트리고 즈려밟아 불씨를 끈 뒤 차갑게 웃으며 가까워졌다. 세 걸음 간격이던 것이 한 걸음으로 좁혀졌다.
“그래,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까 좋은데? 더 해봐.”
“보쿠토상.”
“이름만 부르지 말고 대답을 하라고! 왜 자꾸 나타나는지!!”
보쿠토가 손을 뻗어 아카아시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순간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동시에 체육관에서 그의 큰 목소리를 들은 남자 한 명이 튀어나와 체육관 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 뭐야. 보쿠토, 너 왜 애꿎은 학생 멱살을 잡고 있어?”
“…뭐?”
보쿠토의 눈이 커졌다. 남자와 아카아시, 그리고 잡은 멱살을 번갈아 보던 그가 주춤거리며 손을 놓았다. 한걸음 물러선 보쿠토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남자에게 물었다.
“보, 보여? 아카아시… 아카아시가 보여?”
“학생 이름이 아카아시야? 미안해요. 보쿠토가 원래 이런 녀석이 아닌데.”
“…아닙니다.”
아카아시의 말에 보쿠토의 숨이 가빠졌다. 그의 손이 아카아시의 팔을 세게 잡았다. 커다랗게 뜬 노란빛 눈동자가 잡은 손목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해, 보쿠토?”
“나 잠깐 얘기 좀 하고 올 테니까 애들 계속 연습 시키고 있어.”
“어이! 어이, 보쿠토!!”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끌고 구석으로 들어갔다. 체육관 건물과 주차장 사이에 난 작은 공간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체육관 건물 벽에 가까이 밀어붙였다.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아카아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쿠토가 이다지도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고 그것이 안타까웠다. 보쿠토의 얼굴이 가깝게 다가왔을 때에도 그저 눈만 질끈 감았다.
“너. 무슨 술수를 부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똑바로 말해.”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눈을 보았다. 냉정한 눈빛이 아카아시를 위아래로 살피며 물었다.
“너 누구야.”
“아카아시 케이지입니다.”
어깨를 잡힌 손에 힘이 가해져 아카아시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너… 내 눈에 보이는 헛것이 아니라 진짜 아카아시라고? 아카아시 케이지? 후쿠로다니 배구부 아카아시가 맞아?”
“네. 후쿠로다니 2학년 세터 맞습니다. 보쿠토상에게 늘 토스를 올리던.”
“진실만 답해. 합숙… 합숙 때 기억 나?”
“2012년 합숙은 가지 못했지만… 2011년이라면 기억합니다.”
보쿠토의 목울대가 울렁였다. 그는 재차 확인하듯 아카아시를 몰아붙였다.
“내가 제일 못하는 과목이 뭐였는데.”
“수학이요. 매번 낙제 받으셨잖습니까.”
“아카아시 너 말고 다른 2학년은??”
“주전을 말하는 거라면 없죠.”
“인터하이 예선에서, 그러니까, 2012년에 있던 인터하이 예선에서, 내가…”
“보쿠토상.”
아카아시를 꽉 잡고 다급하게 보채듯 묻던 보쿠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카아시는 힘겹게 손을 들어 어깨를 잡고 있는 보쿠토의 손을 잡았다. 어이없을 정도로 손쉽게 내려온 손을 꽉 부여잡으며 아카아시는 진심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보쿠토상.”
“아카아시… 아카아시가 맞아?”
“네, 정말 죄송합니다.”
보쿠토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카아시의 손에서 손을 빼내고 다시 아카아시의 어깨를 움직일 수 없게 벽에 밀어버린 보쿠토가 화를 냈다.
“왜 그랬어, 왜 두 번이나! 두 번이나 그렇게 나 대신… 나 대신 ‘그렇게’ 되니까 좋았어?! 후련해??”
차마 죽었다고는 말할 수 없어 ‘그렇게’ 됐다고 말하는 보쿠토를 보며 아카아시는 고개를 숙였다. 꽉 잡힌 어깨보다도 보쿠토의 말이 더 아팠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죄송하다는 사과뿐이었다.
“나는… 자꾸 그날들이 떠올라서… 자꾸 네가 죽는 순간들이 꿈에 나와서… 네가 자꾸 내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보쿠토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아카아시의 어깨에서 손을 내려 그의 팔을 꽉 잡았다. 그러면서도 입술을 꽉 물고 있는 그 모습이 더 아파 보여 아카아시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픕니다.”
“아프라고 잡는 거야!!”
“네. 많이 아프네요.”
“더 아파야 돼!”
“계속 아프겠습니다.”
“아니… 아니…”
보쿠토는 크게 거친 숨을 내쉰 뒤 이를 악물고 잡고 있던 아카아시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아프지 마.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그냥… 그냥…”
보쿠토가 웅얼거렸다. 말을 하려다가 마는 것 같기도 했고 숨과 섞어 속삭인 것 같기도 했지만 아카아시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맞닿은 품에 쿵쿵 뛰는 심장이 두렵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카아시는 조용히 물었다.
“은퇴 하신 겁니까?”
“내 나이가 몇인데.”
“2031년이니 38세시겠네요.”
“윽… 그래도 아카아시랑 한살… 아니… 20살밖에…”
“‘밖에’입니까. ”
보쿠토는 순간 굉장히 찔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아카아시 또 교복이잖아!”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18살이라는 거지?”
아카아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칼에 찔린 것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낯선 곳에 누워있었다고. 보쿠토는 그 이아기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모르는 사람 집에서 깨어났다고…?”
“네.”
“누군지는 모르고?”
“네.”
“위험할 수도 있는데 거기서 시간을 계속 보냈단 말이야? 그 집 주인이 나쁜 사람이었으면 어떡하려고 그랬어?”
“설마요.”
“나는 가만 못 봐! 우리집으로 가서 지내는 걸로 해.”
아카아시는 희미하게 웃었다. 보쿠토는 그 얼굴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그를 끌어당겨 구석에서 나왔다. 체육관에서는 여전히 연습이 한창이었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말한 뒤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일찍 들어간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잠깐 얼굴을 본 남자가 무슨 일인지 제대로 이야기하라고 만류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뜻 ‘후배 기일’이라든가 ‘오늘이 그날 아니냐’라는 물음이 들렸지만 보쿠토는 내일 보자고만 하며 슥 몸을 돌려 체육관을 나섰다.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팔을 잡고 가까운 주차장으로 향했다. 뒤에서 체육관 밖으로 고개를 내민 남자가 “너 범죄다?!”라고 소리쳤지만 보쿠토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한 번 노려보기만 할 뿐 별다른 답 없이 아카아시를 끌어당겼다. 대충 짐을 챙겨 나온 것인지 그가 가방에서 차키를 찾아 꺼냈다. 문을 열고 아카아시를 조수석에 앉힌 뒤 운전석에 앉은 그는 안전벨트를 했다.
“지금 가도 되는 겁니까?”
아카아시의 질문에 보쿠토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응.
“보쿠토상 집으로 가는 거고요?”
“응. 거기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
“그럴 거였지만… 보쿠토상 가족 분들은…”
“나 혼자 살아.”
아카아시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잡은 보쿠토의 손을 보았다. 반지 하나 없이 텅 빈 손가락 마디마디가 보였다. 아카아시는 입을 잠시 다물었다. 38세나 되었는데 결혼을 안 했구나.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보쿠토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 경우가 눈앞에 닥치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다행이네요? 몹시 적나라하게 이기적이라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결혼이라도 하셨어야죠. 그의 솔직한 마음을 배반하는 말도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카아시는 차라리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보쿠토상 집 가기 전에… 부모님을 보러 가고 싶어요.”
아카아시가 말했다. 보쿠토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의 얼굴은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 때의 천진난만함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훨씬 성숙해져 있었고 많이 조용해졌다.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고 앞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꽤 냉철해보이기도 했다. 코트 위에서 스파이크를 위해 달려드는 고등학교 때의 보쿠토도 그랬었다. 거기에서 진지함을 더하고 약간의 치기를 뺀다면 필시 이런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카아시는 앞을 보았다. 차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사실 네 부모님과 연락이 끊긴 지 3년 정도 됐어.”
“3년이요…”
“이만하면 됐다고… 더 이상 찾아오지도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 게 3년 전이야. 그 뒤로도 몇 번 연락해도 안 받았지만… 아마 계속 같은 곳에 계실 거야.”
“잘… 지내고 있던가요.”
“2018년에 있었던… 그때는 일부러 말 안 했어.”
“잘하셨습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보쿠토가 말했다. 핸들을 쥔 손은 힘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네 부모님은… 처음 사고가 났을 때도 나를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어. 나 때문에 네가 죽은 건데도 네가 살았으니 됐다고, 슬퍼할지언정 원망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네가 또 나를 대신해서 죽었잖아.”
“보쿠토상.”
“그 뒤로 10년간 나는… 전화를 걸면서… 네가 돌아왔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어떻게 믿게 해야 하나, 그런데 하루도 안 돼서 나를 구하려다가 또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수만 번 말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어. 근데 결국엔 못 말했지. 이번에는 네 부모님이 나를 용서해줄 것 같지 않았거든. 원망 받고 싶지 않아서… 아카아시 부모님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결국 말 못 했어.”
“…죄송합니다.”
“계속 미안해 해.”
아카아시는 입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보쿠토에게 미안하게도 그는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저도 모르게 떠넘겨버린 죄책감이라는 짐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저는… 보쿠토상이 좋아하는 배구를 하면서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길 바라기도 했고요. 제가 구해줬다고 생각은 마시고, 그냥 잊어주시고, 이렇게 말하는 게 모순적이고 또 이기적이지만 완전히 잊지는 말아주시고, 그냥… 가끔가다 이런 후배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기억해주시길 바랐어요. 제 솔직한 마음은 접어두고서라도.
아마 보쿠토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그는 계속해서 미안해할 것이다.
“담배, 피우시나봐요.”
보쿠토의 가방 사이에 보이는 담배곽을 보며 아카아시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를 처음 봤을 때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버려 꽁초를 발로 지지기도 했다. 어른이고, 현역도 아니니 충분히 피울 자유가 있었지만 아카아시는 그것이 낯설었다.
“너 두 번째로 죽은 다음부터 피우기 시작했어.”
“…현역 때도요?”
보쿠토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카아시는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매만지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현역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니. 그것도 그가 죽은 다음부터라니. 배구를 위해 술 담배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 각오하고 다짐했던 보쿠토가 그 때문에 현역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니 조금 충격이었다.
“일찍 은퇴한 것도… 저 때문인가요.”
이 역시 대답이 없었다. 현재의 보쿠토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할 때도 예상한 바였지만 아카아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보쿠토는 금세 얼굴이 안 좋아진 아카아시를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눈치 챈 듯했다. 보쿠토가 조용히 말했다.
“헛것을 봤어.”
“…….”
“지금의 네 모습을 한 아카아시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어. 욕실에 가면 세면대 거울에 보였고 침대에 가면 창가에 보였고 식탁에 앉으면 맞은편에 보였어. 처음에는 네가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기뻤지만 그것들은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이무런 대답이 없었어. 그런 주제에 잡으려고 하면 잡히지도 않았고. 희망고문… 내가 이 단어를 배우게 될 줄은 몰랐는데. 희망고문도 아니고 죽을 맛이었지. 그게 한 2, 3년 진행되다보니까 코트까지 쫓아오던데.”
아카아시는 맞잡은 두 손을 꽉 쥐었다. 마음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휘청휘청거렸다.
“네가 늘 말없이 나를 보는데 견딜 수가 없었어. 그게 꼭 나 없이 행복할 거냐고 묻는 것 같아서, 날 잊어버릴 거냐고 묻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은퇴할 수밖에 없었어.”
담담한 말이었지만 아카아시는 이를 악물고 답했다.
“그건 보쿠토상이 착각한 겁니다.”
“착각이라고?”
“죄책감 같은 거 가질 필요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보쿠토상에게 죄송하지만… 모두 제가 선택한 일이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카아시!”
보쿠토가 무서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카아시는 흠칫했지만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등 떠밀려서 죽었습니까? 보쿠토상이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죽고 싶어서 죽은 겁니다. 보쿠토상 대신해서 죽을 길 찾아간 거라고요.”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해??”
“저는 이미 두 번이나 죽었고, 그냥 보쿠토상은 이런 일이 있었구나 치부하고 계속 살던 대로 살아가면 됐잖아요. 왜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셨어요.”
“그게, 그게 지금 말이 돼??”
“제가 처음 죽었을 때 잘 버티셨잖아요, 두 번째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아카아시!!!!”
그르렁거리듯 소리치는 보쿠토에게 눈을 질끈 감은 아카아시가 쐐기를 박았다.
“이게… 이게 보쿠토상이 바란 미래는 아니잖아요.”
아시안게임도 못 나가고, 이르게 은퇴해서,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팀 코치 맡으면서 세월 보내는 걸 바라지 않았잖아요.
보쿠토는 이를 빠득 갈았다. 그는 악에 받친 듯 한글자 한글자 씹어 먹듯 말했다.
“내가 원하던 미래는 네가 처음 죽어버린 그날 부서진 지 오래야.”
“…….”
“나는… 내가 원하던 미래에는…”
보쿠토가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카아시는 울 것 같은 그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교차로가 보였다.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어 보쿠토와 탄 차는 잘만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불현듯 익숙한 감이 들었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보았다. 무언가 말을 할듯 말듯 망설이며 입술을 달싹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예감한 게 아니었다. 그가 예감한 것은 불안감이었다. 공포였다. 좋지 않은 사고(思考)였다.
“아카아시,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보쿠토상.”
“내 말 들어! 내가 원하던 미래는……!!”
쿵. 쿵. 쿵. 쿵. 심장이 요동쳤다. 교차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카아시는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무섭다거나 두려운 게 아니었다. 또 다시 반복될 보쿠토의 외로운 사투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또 다시 그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보쿠토상.”
아카아시는 망설임 없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찰칵, 갑작스러운 소리에 보쿠토가 말을 하다 말고 아카아시를 보았다. 그의 눈이 커졌다. 아카아시는 차가 교차로에 진입하자마자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몸을 던져 그를 끌어안았다. 처음으로 보쿠토를 이렇게 끌어안아봤다. 쿵. 쿵. 쿵. 기쁨인지 불안인지 슬픔인지 온갖 것들로 뒤섞인 감정들이 심장을 두드렸다.
“죄송합니다.”
“아, 아카아시!?”
또… 죄송할 일만 만들어 버리네요.
아카아시는 눈을 감았다.
쾅!
차가 교차로를 지나는 순간 아카아시가 앉은 조수석 쪽으로 부딪쳐 들어오는 차가 있었다. 거세게 흔들리는 차체에 유리가 부서졌다. 끼익, 황급히 핸들을 돌릴 새도 없이 에어백이 터졌다. 들이받는 차의 강한 힘에 밀려 미끄러지고 바퀴가 헛돌았다. 머리가 등받이에 사납게 부딪쳤다. 덜컹 움직이는 차의 움직임에서도 아카아시는 절대 보쿠토를 안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폭풍처럼 지나가는 상황에서도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숨이 막혔다. 몸이 아프기 때문이 아니었다. 곧 닥쳐올 상실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숨이 거칠어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수도 없이 아카아시의 이름을 불렀다. 아카아시. 아카아시 그러지 마. 아카아시. 제발, 제발 하지 마…. 하지만 너무나도 멀쩡한 그에 비해 아카아시는 또 다시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처음 그를 대신해 차에 치였을 때도, 두 번째로 그를 대신해 칼에 찔렸을 때도, 보쿠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신과 운명 앞에 작아지고 또 무력하게 느껴지는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괴로웠다.
이번에는… 차에 치일 일도 칼에 찔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카아시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기다림은 길고 만남은 짧았다. 더 이상 이런 기적이 다시 주어질지도 알 수 없었다. 안 돼 아카아시… 안 돼…. 허망한 보쿠토의 외침이 차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아카아시-!!!”
그러나 아카아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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