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부엉이의 달 안봐도 상관없는 전편: http://byeoljari.tistory.com/39 연상수 동양풍AU “…하여, 아카아시 가문이 시대를 잘못 만나 고꾸라졌던 것을 공이 이리 번듯하게 재건하시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소.” “그러합니까.” “대단하오. 공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더이다. 그 예로 폐하께서도 공을 늘 가까이 두며 정사를 돌보질 않으오. 공의 덕망을 칭송하는 목소리를 이 지척에 나가도 금방 주워 담을 수 있다는 걸 귀가 있는 이들이라면 전부 알고 있소.” “…….” “그런데 말입니다… 혹… 여즉 내자를 들이지 않는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는지….” 마주앉은 사내에게 술을 따라주던 손이 잠시 멈췄다. 쪼르르 소리가 나던 주전자 입구에서 가느다래진 줄기가 금방..
보쿠아카 고민에 대하여 보쿠토는 살아오면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결정에 큰 걱정이나 미련을 둔 적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치킨을 먹어야 할지 피자를 먹어야 할지 정할 필요 없는 풍족한 가정에서 자라온 탓에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배워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도 썩 와닿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더는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장난감을 해외까지 뒤져 찾아온 부모님에게 환히 웃던 보쿠토는 그대로 자라 열여덟이 되었다. 열여덟이 되고 새학년 새반에 배정받고 새로운 1학년들이 부원으로 선발되어 들어온 날 보쿠토는 처음으로 아카아시를 만났다. 이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고 한 그는 보쿠토를 잘 아는 세터였기에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아카아시만 알고 그는 모르는 시간이라는 게 존..
보쿠아카 부엉이 도련님 에서 따왔습니다. [A] 4월 13일 안녕하십니까, ‘부엉이’상. 여전히 어감은 별로 좋지 않군요. 새학기가 시작되고 처음 편지를 드리는데 혹시 기다리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올해 배구부 부주장이 되었다는 건 일전에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는 단순 인수인계 과정에 불과했다면 졸업 시즌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일을 도맡아 하게 되어 좀 바빴습니다. 그래도 두 달에 한 번은 꼭 편지 드릴 여유는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메일이 아니라 자필 편지를 고집하시는 부엉이상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헤아리지 못할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건 없습니다. 보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집에 쌀도 많이 있고 반찬도 가끔 해먹습니다. 맛..
보쿠아카 외다리 사랑 下 모브 비중 있습니다. 언젠가였더라, 학교 신문부 부원들이 조사한 ‘가장 연애를 하고 싶은 운동부 남학생’이라는 주제의 설문에서 아카아시는 최상위권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근거는 평소 그가 여학생들에게 행하는 친절과 선생들에게 보이는 예의범절, 평소에 드러나는 반듯함이 꼽혔다. 그 인기를 방증하듯 수많은 기념일마다 배구부 부원들 중 가장 많은 선물을 껴안고 오는 것도 그였다. 고백도 꽤 자주 받았지만 한 번도 받아준 적이 없었다. 아카아시의 연애라는 건 보쿠토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지난 2주 동안 실제로 확인해온 그의 연애는 수많은 여학생들의 환상과는 다르게 ‘불친절’, ‘거절’, ‘무응답’으로 축약할 수 있었다. 보쿠토가 몇 번이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는 사랑..
보쿠아카 외다리 사랑 上 모브 비중이 꽤 있으니 주의하세요 빗소리가 유독 컸다.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비가 우산 위를 두드리는 소리는 속절없이 허공에 흩어지고 허무한 긴 숨이 얼어버린 흰 입김으로 발치에 떨어져 내렸다. 멍하니 깜빡거리는 노란 눈동자가 당혹스럽게 굴렀다. 어디를 짚고 지탱해야 할지 모르는 시선이 주춤주춤 제 다리를 따라 움직였다. 갈팡질팡 휘청거리는 이해는 키를 잃은 배처럼 바람결에 종잇장처럼 흔들렸다. 보쿠토는 눈을 비벼 시야를 확인하는 어린아이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다만 커다랗게 떠진 눈으로 앞에 닥친 광경을 관망할 뿐이었다. 아카아시가 왜…? 처음 든 생각은 의문이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고 그의 상상도 아니었다. 바람에 불어닥치는 빗방울이 그의 팔뚝에 차가운 감각을 남기며 현실이라는..
카게히나ts(히나타ts) 때로는 질투 1학년 때 이야기 하늘의 기세가 흉흉했다. 낮게 가라앉은 구름이 회색빛이 되어 떠다녔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아 카게야마는 기분이 내심 좋아졌다. 딱히 날씨를 가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 시간표에 체육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은 화창한 날씨라면 운동장에 나가 별로 재미없는 종목을 연습한답시고 시간을 허비할 게 뻔했다. 하지만 비가 온다면 야외 체육 수업을 할 수 없으니 체육관으로 옮겨 수업하게 될 것이고, 평소 하던 종목을 연습할 수 없으니 자유시간이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카게야마는 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근래 멈추는 토스를 연습하고 있던 카게야마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카게야마는 가만히 시간표를 떠올렸다. 체육은 오전에 있었다. 그때..
보쿠아카 예정적 손님 역키잡 보쿠토상이 가출했다. 아카아시는 그 보고를 듣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떨어뜨렸다. 먼지 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 흩어진 종이들이 책상 가장자리까지 미끄러져 내려갔지만 주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갓 내린 커피로 뻗던 손은 허공에 머물러 있는 채였다. 그의 까만색 눈동자가 놀라움을 담았다. 그게 정말이냐는 듯한 눈빛을 마주한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쿠토상이 가출이라고. 아카아시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손을 들어 올렸다. 하나, 둘, 셋. 손가락을 접은 그가 중얼거렸다. “3주라니 많이 참으셨군.” 아카아시는 단지 그게 좀 놀라울 뿐이었다. 아카아시는 사무실을 나서기 전 느슨하게 풀고 있었던 넥타이를 단정하게 조였다. 정장의 매무새도 한 번 매만진 그가 ..
카게히나 (+오이이와오이) 천사가 그랬어 “어, 카게야마!” 멀뚱히 서있던 카게야마가 히나타의 커다란 외침에 휙 뒤를 돌았다. 저 멀리서 편한 운동복 차림을 한 히나타가 손을 흔들며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입을 조금 벌렸다가 이내 꾹 다물곤 삐죽이는 입으로 고개를 도로 돌렸다. 히나타가 멀리뛰기를 하듯이 폴짝 크게 한걸음 뛰어 그의 앞에 도착했을 때여서야 카게야마는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 가까워지는 히나타를 보는 게 어쩐지 뒷덜미가 근지러워 고개를 돌려버렸는데 가까이 다가와 있는 히나타를 봐도 그 간지러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괜히 입꼬리가 올라갈 것 같아 그는 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늦었잖아.” “…허어?” 히나타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
보쿠아카 두지붕 한가족 니썬님과 연성교환! 우당탕쿵탕. 쨍! 퍽! 짤그랑! “타나바치!! 밥 먹자!!” 덜그덕. 쨍! 드르륵. 촤악. 탁. “…아빠.” “으악, 탄다!!” 보쿠토의 손이 다급하게 국자를 들어 계란을 뒤집으려다가 멈췄다. “헉! 뒤집개! 뒤집개가 어딨더라…!!” 뒤집개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이 냄비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치익, 칙, 가스렌지 위로 넘쳐흐르는 물을 보고 식겁한 보쿠토가 재빨리 가스밸브를 잠갔다. 그런데 후라이팬이 올려진 부분까지 한꺼번에 불이 꺼지는 바람에 다시 밸브를 켜고 따로 가스불을 키워야 했다. 보쿠토는 부산스럽게 계란을 뒤집고 찬장에서 접시를 꺼냈다. 꺼낸 접시는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었던 데다가 허둥지둥 움직이느라 깨먹을 뻔한 위험한 상황이 수차례 연발됐다. ..
보쿠아카 부엉이의 눈 동양 AU 연상수 “중서령(中書令).” “엉?” “또 자다가 나오신 겁니까.” “하하. 어떻게 알았어?” 아카아시의 시선이 스윽 쿠로오의 뻗친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의관을 아직 정제하지 않고 지나치게 자유로운 머리의 모양을 보면 그가 방금까지 어떻게 얼마나 자다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카아시의 시선 방향을 읽어낸 쿠로오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정돈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한 번 곧추서면 원래대로 돌아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 아무리 손으로 슥슥 빗어내려도 수습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관모를 쓸 것이기 때문에 가려지기야 하겠지만 여긴 황궁 내부였다. 지나다니는 궁인의 눈이 몇 개인데 이렇게도 자유로운 행색이라니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해해줘. 오늘 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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