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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봄맞이 대청소아카른 전력 60분 (주제 : 추억) 봄맞이 대청소를 했다.―라고 하기에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으니 할 ‘예정이다.’ 혼자 나와 살고 있는 집은 쓸데없이 커서 번거롭고 성가셨다. 내다 버리기 귀찮아 한구석에 쌓아두기 시작한 온갖 박스들, 시간이 지나 더는 찾지 않게 된 옷가지들, 손자국이 덕지덕지 남아 있는 창문 유리, 침대 옆 벽지 위에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는 누런 종이들을 비롯해 쓸고 닦고 치워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여기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저기부터 손을 대야 할지 영 감이 잡히지 않는 총체적 난국 상황에서, 아카아시는 팔짱을 꼈다. 특유의 나른하고 느긋한 눈으로 방을 쭈욱 둘러보며 그는 머릿속으로 가장 최적의 청소 과정을 짰다. 청소 중에 분명 쓰레기와 먼지들이 많이 나올 ..
우시오이 테러 진압 -SA팀의 경우 1. “이와쨩, 상황은?” ‘나빠. 앞으로 30분 후에 첫 인질을 죽이겠다는 연락을 해왔어.’ “벌써 많이 죽여 놓은 주제에 첫 인질이라니 귀엽네.” 오이카와는 흐음, 콧소리를 냈다. 그는 잠입해 들어온 건물 구석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를 순회하는 감시의 눈을 피해 겨우겨우 힘들게 잠입하며 사용한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손잡이 부근에 도려내진 유리가 창틀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인지 바람은 솔솔 들어왔다. 유리를 원래대로 멀쩡하게 붙여 넣는 도구는 발명되지 않았으니 천하의 오이카와라도 그건 어찌 해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귀를 기울였다. 곰팡이가 바닥을 타고 피어오르는 벽 너머로 인기척을 죽인 발소리들이 들렸다. 훈련 받은 기색이 읽혔..
카게히나 기밀 조사 - K1팀의 경우 1. 어두컴컴한 빌딩. 고요가 싸늘한 밤바람에 섞여 낙엽과 굴러다니는 밤. 쓸데없이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서 보이는 풍경은 비싼 레스토랑의 창가 자리만큼 로맨틱한 값을 했다. 깊은 새벽이라 정체되지는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쏘다니는 차와 아침까지 환히 켜져 있을 푸른 불빛들이 불 꺼진 회사 건물들과 어울려 그럴싸한 배경을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인과 함께 달콤한 한 때를 보내기에는 제격인 시간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하는 네 명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두 명이긴 했지만. 옥상 구석, CCTV의 사각지대를 차지하고 앉은 츠키시마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경로를 설정하고 있었다. 안경 너머 눈빛은 귀찮고 짜증스러운 기운을 품고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츠..
카게히나 고백을 받았다 下 도망친 게 아니라고 합리화를 했지만, 홀로 교실에 돌아온 카게야마는 비어있는 히나타의 자리를 보고 그대로 굳었다. 그 자리를 스쳐지나갈 때마다 부르고 멈춰 세우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히나타의 기나길고 오랜 침묵의 끝에 어떤 대답이 딸려 있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3학년들의 졸업을 앞둔 시기에 있던 연습에서 히나타는 연애와 배구 중 연애를 택했다. 그때 느꼈던 쓰라린 실망감이 똑같이 느껴졌다. “저… 카게야마? 할 말이 있으면 하시지?” 수업이 끝나고 이루어지는 연습 내내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은 두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신입생들조차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카게야마가 교실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나타..
카게히나고백을 받았다 上 “카게야마군, 조… 좋아해!” 푹 고개를 숙인 고개 아래로 나오는 목소리가 달달 떨렸다. 분홍색 편지 봉투를 쥐기 위해서인지 장갑조차 끼지 않은 손은 희게 질려 있었다. 아무래도 늦겨울의 날 선 바람이 많이 추운 모양이었다. 그가 막 체육관에서 연습을 하다 불려나온 탓인지는 몰라도, 야트막한 봄기운이 서리고 있는 날씨라고 떠들어대니 별로 춥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만 보면 여자는 참 연약한 존재였다. ‘우리 나츠는 추위를 잘 타. 집에서도 목도리를 하고 있으려 한다니까.’ 반짝거리는 눈을 보기 좋게 휘며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정확히 언제 그런 말을 들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래도 여동생이라는 존재를 애지중지 여기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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