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히나Turntable 4센티넬버스 쿵. 쿵. 쿵. 심장은 원래 입안에 있는 게 아닐까. 카게야마는 녹아버릴 것 같은 감각에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실없는 생각을 했다. 쿵. 쿵. 쿵. 그게 아니라면 심장이 뛰는 소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들릴 리가 없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심장이 너무 크게 튀어서 목구멍을 두드리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맞닿은 심장이 공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뜨거운 소리가 귓가에 번졌다. 확인을 하는 것처럼 카게야마의 손가락이 무심코 히나타의 턱 밑을 짚었다. 그의 뜨거운 손가락이 스치자 히나타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를 밀어내느라 급급했던 히나타의 손은 어느덧 카게야마의 옷깃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게 어쩐지 좋아서, 카게야마는 조금 더 오래 그를 붙잡은 것 같기도 했다. 한참이 지나..
카게히나Turntable 3센티넬버스 “불러놓고 왜 아무 말도 안 해?” 한참 뒤 히나타가 툭 던졌다. 그렇지만 퉁명스러운 말과는 달리 히나타는 여전히 카게야마에게 안겨 있었다.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떼어내야 하는지 이대로 있어도 되는지 헷갈렸다. 하지만 맞닿은 온기가 좋아서 모르는 척 그대로 있었다. 솔직히 말할까도 했지만, 히나타의 머리카락이 카게야마의 삐져나오는 숨에 슬렁슬렁 흔들리는 모습에 정신을 빼앗겨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가깝다. 따뜻하다. 좋다. 일차원적인 생각을 하며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등에 올린 손을 쥐었다. 쿵. 쿵. 쿵. 잡히지 않는 주제에 소리가 너무 컸다. “심장소리 크다.” 아니나 다를까 히나타가 중얼거렸다. 카게야마는 동감했다. 심장소리에 묻혀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소리가 ..
카게히나Turntable 2센티넬버스 내가 대체 이걸 왜 하고 있어야 되는 거야? 카게야마는 투덜거렸다. 카게야마는 히나타가 머물고 있는 반쯤 무너진 집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그의 손이 절반 정도 부서진 태양열 전지 각도를 맞추고 있었다. 이 집 절반이 폭삭 무너져 앉을 때 같이 부서져 기능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데다가 태양열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을만한 각도도 아니라 그동안 고생 꽤나 했겠구나 싶었다. 히나타 같은 일반인은 이 지붕 꼭대기까지 올라오는 것도 어렵고 더군다나 무게가 꽤 나가는 태양열 전지를 움직이는 것도 힘들겠지만 센티넬인 카게야마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어느덧 깜깜해진 밤하늘에는 달과 별밖에 떠 있지 않은 덕분에 그리 눈부시지도 않아 다행이었지만, 문제라면 아래에서 시끄럽..
보쿠아카 나를 봐줘 아카아시 아카른 전력 60분 (주제:부상) 작전명. 코노하는 철없는 주장을 보았다. 보쿠토는 바닥에 주저앉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장난감 코너에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 고집을 부리는 어린아이 같은 자세를 취한 그의 눈이 향한 곳은 1학년 후배의 훈련을 봐주고 있는 아카아시였다. 보쿠토와 같은 윙스파이커 포지션의 1학년 후배는 아카아시와 토스를 맞춰보고 있었다. 가볍게 뛰어오른 1학년 후배가 아카아시의 토스를 받아 있는 힘껏 공을 내리쳤다. 퍽! 격한 소리를 내며 네트 너머에 박힌 공이 풀쩍 뛰어올라 튕겨나갔다. 파워가 너어어무 약하잖아. 자세도 어어엄청 어정쩡해. 보쿠토가 투덜거렸다. 두 사람의 타이밍이나 호흡이 제법 괜찮지만 보쿠토의 마음에 차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음..
카게히나 Turntable 1 센티넬버스 영원할 것만 같던 불길에 삼켜진 폐허. 잿더미만을 토해낸 도시의 하늘은 두꺼운 커튼 같은 먼지에 가려 좀처럼 제 색을 드러내지 못했다. 서서히 침전하는 재와 먼지 사이에서 모든 색을 가진 유일한 존재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듯 거칠게 가슴을 들썩였다. 호흡을 깎아내고 자리를 차지한 먼지에도 괴로운 낯 없이 멍하기만 한 까만 눈동자가 아수라장이 된 지평을 견뎠다. 높았던 건물이 스러지고 비명이 아우성치던 자리에는 꺾여나간 수많은 것들이 삶의 반대를 좇아 사라져 있었다. 눈앞이 하얗게 번져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원래 무채색인 것처럼 물들어있는 세상은 시야의 깜빡이는 점멸이 한몫 거들었다. 귓가에서 불편하게 지직거리는 백색소음도 마찬가지였다. 무너져 엉망으로..
카게히나(히나타ts) 아마도 썸 下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배구 때문에 기뻐하고 행복해하다가도 슬퍼하고 괴로워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맛본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배구를 좋아했던 만큼 마지막에 남은 좌절이 너무 커서, 후폭풍이 너무 커서 나는 그게 너무 싫고 무서워. 내가 응원하는 사람의 꿈이 꺾여서 절망하는 모습 지켜보는 거 더 이상 싫어. 다시는 그런 경험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다시는 안 그럴 거야.’ ‘내가 보여주면 되잖아.’ ‘뭐?’ ‘결승도, 전국에서도 끝까지 코트 위에 남아있는 건 나야. 코트 위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건 승자이고, 그러기 위해서 강해질 거야. 내가 가장 오래 남아있겠어. 그러니까 지켜봐. 일본 정상이라도, 세계라도.’] 히나타는 그날 복도에 오래도록 나와 있었다. 카게야..
카게히나(히나타ts) 아마도 썸 上 안 봐도 상관없는 전편 : http://byeoljari.tistory.com/14 “어이, 괴짜들! 도착했어!” 모두가 내리고 비어 있는 버스 안, 유일하게 남아 있는 까만 머리카락의 남학생과 주황색 머리카락의 여학생은 서로의 어깨와 머리를 기대 잠들어 있었다. 타나카는 그 모습을 보고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잠들어서야 얌전해지는 두 사람이 지금만은 사이좋아 보인다는 것에 기뻐해야 하는지, 그런 주제에 사귀는 건 절대 아니라고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눈에 선해 슬퍼해야 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하필이면 주장 다이치가 그를 지목해 이 배 아픈 광경을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불우하고 기구한 상황을 탓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니 저..
카게히나 사탕에서는 신맛이 난다 카게히나 전력 60분 (주제:사탕) 학교는 아침부터 시끄럽다. 높은 목소리로 재잘대는 목소리들은 오늘따라 유독 들떠 있었다. 비밀 같으면서도 비밀 같지 않은 속삭임. 들어주길 바라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지나치면 찾아드는 잠잠함. 완전히 스쳐 지나서야 폭죽을 터뜨리듯 다시 웃음소리가 부르텄다. 잔뜩 팽창했다가 급작스레 터져 나오는 긴장이 마치 풍선 같았다. 카게야마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해 괜히 미간을 더 찡그렸다. 복도 저편에서 마주쳐오던 남학생 두 명이 카게야마의 표정 변화를 읽어내고 재빨리 복도 가장자리로 비켜났다. 그마저도 알지 못한 걸음은 변화 없이 느릿하기만 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틀어 창밖을 보았다. 보이는 하늘은 흘러가는 구름만 빼면 언제 봐도 늘 같은 색이었..
보쿠아카 허용선 아카른 전력 60분 (주제 : 질투) 보쿠토가 손을 내밀었다. 아카아시는 자연스럽게 사물함 열쇠를 건네주었다. 보쿠토는 헷 한 번 웃은 뒤 사물함을 열었다. 필요한 것을 단번에 찾아 골라낼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게 섞이고 정체를 알 수 없이 찢긴 종이조각들이 굴러다녔다.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 구겨진 소프트 커버 표지까지 찬찬히 살핀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돌아보았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다음 수업 때 필요한 전공 서적을 찾는 손길이 부산스러웠다. 쓰레기통처럼 보이는 안을 거리낌 없이 휘젓는 동안 사물함의 내부는 더욱더 처참해졌다. 참다못한 아카아시가 보쿠토에게 말했다. “사물함 안이 꼭 보쿠토상 방 같네요.” 주인의 방을 닮은 사물함 안을 쳐다본 아카아시는 보쿠토가 드디어 찾던 책을 끄..
카게히나(히나타ts) 어쩌면 데이트 쓸데없이 김 주의 히나타는 체육관 근처에 자전거를 세웠다. 꽤 이른 아침부터 퉁퉁 공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 연습은 강제가 아니었지만, 의욕을 가지고 일찍 나온 부원들이 내는 소리였다. 히나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빨리 나오는 한 명을 알고 있었다. 히나타는 자전거를 세운 뒤 천천히 체육관 입구로 다가갔다. 기웃거리며 고개를 들이밀자 서브 연습을 하는 카게야마의 모습이 곧바로 보였다. 공을 든 채로 잠시 눈을 감아 집중한 뒤 높이 뛰어올라 강하게 내리치는 모습이었다. 히나타는 얼마 전 아오바죠사이와의 연습경기에서 카게야마가 보고 배웠다는 서브 자세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아오바죠사이의 3학년 오이카와 토오루. 카게야마와 같은 중학교 출신. 코트 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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