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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우시오이] 테러 진압

별골짜기 2016. 2. 29. 16:32

우시오이

테러 진압 -SA팀의 경우

 

 

 

1.

 

이와쨩, 상황은?”

나빠. 앞으로 30분 후에 첫 인질을 죽이겠다는 연락을 해왔어.’

벌써 많이 죽여 놓은 주제에 첫 인질이라니 귀엽네.”

 

오이카와는 흐음, 콧소리를 냈다. 그는 잠입해 들어온 건물 구석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를 순회하는 감시의 눈을 피해 겨우겨우 힘들게 잠입하며 사용한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손잡이 부근에 도려내진 유리가 창틀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인지 바람은 솔솔 들어왔다. 유리를 원래대로 멀쩡하게 붙여 넣는 도구는 발명되지 않았으니 천하의 오이카와라도 그건 어찌 해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귀를 기울였다. 곰팡이가 바닥을 타고 피어오르는 벽 너머로 인기척을 죽인 발소리들이 들렸다. 훈련 받은 기색이 읽혔다. 네 명. 오이카와의 경우처럼 완벽하게 소리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훈련받지 않은 이들이라면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긴 했다. 10층이나 되는 멀쩡한 건물을 점거해 일반인들을 인질로 삼고 있는 배짱은 어쭙잖은 것들이 지니고 있다기엔 많이 과한 게 아니던가.

오이카와는 고개를 돌려 구석구석을 눈으로 훑었다. CCTV는 없었다. 이 건물을 쓰고 있는 회사는 보안에 그리 큰 신경을 쓰는 회사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럴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대기업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그저 평범한 회사였을 뿐이었다. 그들이 테러범들의 표적이 되고 인질로 붙잡힐 거라고 세 시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을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다니는 회사 건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범들이 손쉽게 건물을 점거할 수 있었을 테지만, 특히, 보안도 경계도 취약한데다가 쓸데없이 10층까지 있다는 사실이 구미에 당겼을 것이라고 그들 SA팀은 분석했다.

10층이라……. 오이카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천장을 올려보았다. 저 너머 10층에 인질들이 잔뜩이었다. 이 건물을 점거한 테러범들은 인질들을 10층으로 모두 모으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반항하는 이들을 사살했다. 장정이 섞인 수많은 이들을 손쉽게 통제했을 뿐만 아니라 인질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역시 이들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또 하나의 근거였다. 일부러 높은 건물 꼭대기에 몰아넣은 것 또한. 1층에서 10층까지 올라가는 길목에는 분명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인력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

나름 머리를 쓴 공은 오이카와씨가 칭찬해주겠어. 오이카와는 상황을 가늠하고 있을 이와이즈미에게 물었다.

 

이와쨩, 작전까지 남은 시간은?”

‘5.’

다른 애들은?”

배치 완료.’

알겠어. 이와쨩,”

믿고 있다고? 나도 알아, 멍청카와.’

으하하. 역시 이와쨩은 우리 엄마라니까.”

시끄러워.’

이따 봐.”

 

퉁명스러운 목소리의 이와이즈미와 통신을 끊은 오이카와는 심호흡을 고르며 고개를 돌렸다. 5. 이들을 완전히 작살내기까지 5분이 남았다. 이 같은 작전을 지휘해본 경험이 많은 오이카와였다. 한 치의 실수도, 1초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일이었다. 오이카와의 눈에 손잡이 부근이 뻥 뚫린 유리가 잡혔다. 아무래도 신경 쓰인단 말이지……. 오이카와가 주머니를 뒤져 임시로라도 저 구멍을 막을 것이 있나 찾아보려던 참이었다.

 

이 근처는 공기가 좀 다른 것 같지 않아?”

난 잘 모르겠는데?”

아냐. 뭔가이쪽이 더 차가운 것 같은데.”

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근방을 순찰하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오이카와가 다시 창문을 보았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싸늘한 바람을 용케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귀찮아서 유리를 도려냈더니 돌발상황 발생이었다. 오이카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장한 이들에게서 나는 달그닥 소리가 미세하게 커졌다. 1층에 배치된 SA 팀원은 그를 포함해 모두 다섯. 이 넓은 건물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을 서로가 모두 케어해줄 수 없으니 각자 배치된 장소의 일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지시를 내린 게 오이카와 자신이었으므로 그 역시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허리춤에서 총을 빼내 소음기를 장착했다.

가까워진 발소리는 총 셋. 그가 몸을 기대 숨기고 있는 코너로 가까워지는 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살기는 최대한 억눌렀다. 그가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세 테러범이 아주 가까워졌다.

그 중 한 명이 코너 안쪽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 튀어나간 오이카와는 그의 팔을 잡아채는 것과 동시에 상대를 다른 한 명에게 밀어붙인 뒤 곧바로 심장에 총을 쏘았다. ! 소음기가 부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방패삼은 덕분에 소리는 현저히 줄어 있었다. 오이카와의 총구에 완전히 닿아있던 테러범은 즉사했으며, 관통한 총알에 심장을 맞은 다른 한 명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한 명이 소리 높여 고함을 치려는 것을, 눈웃음을 친 오이카와가 달려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근처에 몇 명이 더 있는지 오이카와씨에게 말해주겠어?”

 

오이카와가 부드럽게 말하며 살짝 입에서 손을 떼어냈지만, 그의 동료들이 죽은 광경을 짤막하게 바라본 테러범이 소리쳤다.

 

침입……!”

 

완전히 한 단어를 내뱉기도 전에 오이카와가 그의 목을 꺾었지만 그 짧은 순간 누가 용케 들은 모양인지 저 멀리서 타닥타닥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긴 오이카와는 시신 세 구를 보다가 일단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작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3. 정확히는 230.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티면 됐다. 오이카와는 재빨리 코너를 벗어나 보이는 다른 복도로 향했다. 신발에 핏자국이 묻지 않게 신경 써서인지 그가 사라진 방향은 알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 한 가지 위안거리였다.

어디에 숨어 있을까. 오이카와는 시라부에게 보고받았던 이 건물의 도면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가 스스로 배치된 A구역은 중요 지점으로 판단되어 난이도가 있었다. 순찰과 경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부분. 그나마 잘 쓰이지 않고 이목이 쏠리지 않는 방이 분명 이 근처에 있었다. 오이카와의 걸음이 살짝 느려지고 방을 찾아 고개를 돌리려 할 때,

 

……!”

 

오이카와는 갑작스레 자신을 끌어당기는 누군가의 손아귀를 느꼈다. 반사적으로 그를 차내려 뒤로 다리를 뻗었지만 그것을 가뿐히 피하며 어느 좁은 방으로 끌고 들어가기까지 한 상대의 손은 크고 억셌다. 팔을 단단히 붙잡아오는 그 감각에서 익숙한 무언가를 느낀 오이카와는 설마설마 했지만,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니 당혹감이 먼저였다.

 

우시와카쨩? 여긴 어떻게…… 아니, 우시와카쨩은 B구역을 맡기로 했잖아!”

목소리를 낮춰라.”

 

우시지마가 손을 들어 오이카와의 입을 막았다. 마치 훈계를 하는 듯한 목소리에 어이가 없었다.

 

우시와카쨩 여기 왜 있는 거냐니까? B구역은 어쩌고?”

총격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다.”

?”

 

그걸 또 어떻게 들었어? 오이카와는 얼굴을 구겼다. 근처에 있던 테러범들도 듣지 못한 것을 B구역에 있던 우시자마가 들었다. 배치상 그가 임의로 나눈 A구역과 B구역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고 쳐도 웬만히 귀가 좋지 않고서야 들을 수 없는 거였다. 귀까지 좋다니 진짜 짜증나네. 오이카와가 말했다.

 

오이카와씨가 말하지 않았어? 작전 개시까지 각 구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각자가 알아서 해결하는 거야.”

? 그건 팀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 아닌가?”

그래, 바로 그거야. 우시와카쨩은 팀장이 아니라 팀원이니 그대로 따라야지. 설마 역시 팀장을 그만둔 게 후회 된다거나, 맘에 안 든다거나?”

 

오이카와는 우시지마가 그렇다고 말해주길 바라며 은근한 기대를 던졌다. 원래 단독 팀을 꾸리고 있었던 우시지마가 그의 체제 하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따로 팀을 꾸려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별로. 네가 같은 팀인데 후회라거나 맘에 안 들 리가 없잖나.”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다……. 오이카와가 AO팀이었을 때, 그리고 우시지마가 SI팀이었을 때, 우시지마는 만나기만 하면 그에게 자신의 팀으로 들어오라고 성화였다. 실적 면에서 여러모로 그에게 뒤쳐지는 것도 짜증나는데 만날 때마다 너에게 어울리는 팀은 내 팀이다.’라고 말하며 자존심을 북북 긁어대니 달가울 리가 없었다. 그게 비꼬는 게 아닌, 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더 속이 부글부글 끓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루는 임무를 거하게 실패해 상부에 까이고 꿀꿀한 기분이 더욱 바닥을 치고 있었을 때 본부에 돌아온 우시지마를 만났다. 임무 실패한 것을 들었다면서, 역시 네가 있을 곳은 AO팀이 아니라 SI팀이라고, 팀을 옮겨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말에 결국 참다참다 눌러온 화를 폭발시키고야 말았다.

 

그렇게 오이카와씨랑 팀 하고 싶으면 우시와카쨩이 내 팀으로 들어오라고!! 난 절대 우시와카쨩 밑으로 못 들어가!’

 

거의 억지를 부르고 떼를 쓰듯 소리친 이유는 우시지마가 그만 포기하기를 바란 거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태연히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고려해보지.’

 

정말 몰랐던 것을 깨달은 것처럼 말하고 스쳐지나간 우시지마가 불안하다 싶더니, 기어코 오이카와는 상부의 협조 공문을 받고 말았다. 우시지마 와카토시의 요청에 의해 SI팀과 AO팀이 SA팀으로 재편성, 팀장은 오이카와 토오루. 협조라는 이름을 단 공문이었지만 실상은 통보에 가까운 내용을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며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오이카와는 그날 이와이즈미와 거하게 사케를 들이부었다.

 

그럼 왜 B구역 내버려두고 A구역에 와 있는 건데?”

? 넌 팀장이잖나.”

그렇긴 하지. 근데 그게 무슨……

팀원들은 각자 맡은 구역을 알아서 해결하는 게 맞지만, 너는 팀장이 아닌가? 팀장은 어느 상황에서도 최우선으로 여겨진다만.”

그건 어느 팀 법도야? 오이카와씨 팀에서 그런 건 없어.”

 

어쩐지 시라부나 텐도가 과하게 우시지마를 믿고 따른다 했더니 SI팀인 시절 팀장이었던 우시지마는 늘 이런 식으로 대접받아온 모양이었다. 오이카와가 뭐라고 한 소리 하려는 순간,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웅성거리는 목소리도 들려 우시지마의 손이 반사적으로 오이카와 입을 막았다. 커다란 손이 얼굴 절반을 가렸다. 부릅뜬 눈이 바깥의 동향을 살피려는 듯 스르르 움직이자 그의 턱을 쥔 우시지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 우시지마에게 갈색 눈동자가 향해서야 그가 중얼거리듯 속삭였다.

 

밖으로 눈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게 무슨 말이야? 오이카와가 물으려 할 때, 우시지마가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날 보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서.”

 

뭐야? 의도는 모르겠어도 한껏 반항할 의향은 충분했지만, 오이카와는 자신의 처지를 상기했다. 좁아터진 비품창고 안에서 남정네 둘이 바짝 붙어있는 것도 모자라 팀원에게 손으로 입을 강제로 틀어 막혀 하극상(?)을 당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시지마의 눈이 오이카와의 살짝 드러난 이마와 눈썹과 눈과 반만 드러난 코까지 훑었다. 묘해지는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그가 우시지마를 뿌리쳤다. 오이카와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10초 남았다. 오이카와는 입술을 물고 우시지마를 노려보았다. 작전 개시를 제시간에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점보다, 그를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방금 전까지 마주쳐오던 눈빛이었다.

 

준비해, 우시와카쨩.”

그러지.”

“5, 4, 3, 2, 1……

 

! 오이카와가 문을 발로 차고 나가는 것과 동시에 근처에 서 있던 테러범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를 놓치지 않고 오이카와와 우시지마가 총으로 순식간에 그들을 해치웠다. 오이카와는 총에 아직 장착되어 있던 소음기를 떼어내며 중얼거렸다.

 

작전 시작해볼까?”

? 이미 시작한 거 아닌가?”

 

오이카와는 우시지마를 노려보았다.

 

 

 

 

2.

 

작전 시작할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

 

히나타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스코프에 딱 달라붙어 고정이 되어 있었다. 창틀에 비스듬하게 걸친 총부리가 향한 곳은 맞은편 10층짜리 건물이었다. 3층까지는 시멘트로 꽁꽁 둘러싸여 있지만 4층부터는 유리로 벽이 되어 있는 건물이라 인질들이 몰려있는 10층의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다. 강제로 무릎을 꿇고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자세를 한 인질들의 수는 대충 30명 정도였다. 그들을 총으로 위협하고 있는 테러범들의 수는 약 다섯. 여기서 수가 좀 더 줄어들어야 저들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다.

 

5분 남았어.”

 

야쿠가 시간을 확인한 뒤 마찬가지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FN팀의 경력자로 산전수전을 겪어본 근엄한 선배의 모습이었지만, 옆에서 말을 거는 리에프 때문에 그 모습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야쿠 선배, 허리를 좀 더 숙여야 돼여. 좀 더. 숙인 거였구나! 죄송. 제가 숙이는 각도랑 좀 차이가 나서 몰랐……

죽을래??”

 

야쿠가 그의 멱살을 잡고 짤랑짤랑 흔들었다.

 

내가 왜 주력도 아닌 저격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다 네 탓이잖아!”

 

테러 진압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상부에서는 팀들을 몇 개 추려 한꺼번에 투입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주요 지휘 팀은 오이카와가 이끄는 SA팀이었지만, 임무를 끝내고 할당받은 일 없이 쉬고 있던 FN팀과 K1팀이 함께 투입된 이 작전은 단 5분 안에 모든 상황을 종료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SA팀이 1층에 잠입해 테러범들을 아래로 유인하는, 가장 위험도가 큰 역할을 했고, 그들이 벌어준 귀중한 시간 동안 K1팀이 원거리 저격으로 10층의 테러범들을 교란시키는 사이 FN팀이 헬기를 타고 날아와 공중을 통해 진입, 인질을 구출해내는 시나리오였다.

다만 K1팀은 네 명이었고, 그 중에서도 원거리 사격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이 히나타와 카게야마뿐이라 FN팀의 리에프도 츠키시마와 야마구치 대신 임의로 이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에프와 히나타와 카게야마의 조합을 심히 우려한 쿠로오와 츠키시마는 그들에게 돌발상황에 지시를 내릴 사람으로 야쿠를 선택했다. 사격은 별로 경험이 없어 극구 사양했지만 저 셋이 있으면 너는 할 거 없을 거다.’라는 설득에 못 이겨 (반강제로) 이곳에 차출되어 있었다.

 

멍청아. 옆으로 좀 가봐. 좁아.”

겨우겨우 준비 끝났는데 이제 와서 바꾸라니!”

히나타 네가 자리를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잖아!!”

미리 말을 하던가, 늦장야마!!”

 

카게야마와 하나타가 씩씩대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거기,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준비해! 야쿠의 말에 카게야마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히나타에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꼼짝 말고.”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등 뒤에 가까이 붙어 섰다. 그리고 그의 왼쪽 어깨 위에 총을 걸친 뒤 자세를 가다듬었다. 스코프에 눈을 가까이 가져다대자 꼭 히나타에게 귓속말을 하는 듯한 자세가 되어 야쿠는 할 말을 잃었다.

 

너 왼쪽 어깨 움직이지 마라.”

움직여도 넌 알아서 맞추잖아!”

 

어쩐지 히나타와 카게야마의 얼굴이 붉어 보인다면 착각일까…….

 

우와, 야쿠 선배! 우리도 저거 해볼래여?”

리에프, 그만둬. 이거 당하는 쪽은 엄~청 기분 나빠. 야쿠상도 그럴 거야.”

에에에에, 히나타. 그럼 나한테 져도 그 핑계로 뭐라 안하기다.”

리에프 너한테 절대 안 져!”

멍청아, 넌 나부터나 이길 생각 하시지?”

다 덤벼! 이겨줄 테니까!”

 

아주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야쿠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10초 남았어! 다들 조용히 하고 준비해!”

 

히나타와 리에프는 수습 요원 시절 사격으로 1위를 다투는 실력자인데다가 카게야마도 모든 방면에서 빠지지 않는 천재라 쿠로오의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단번에 눈빛들이 바뀌는 것을 보면 그랬다. 하지만…… 이 팀에 두 번 다시 합류하고 싶지는 않았다.

 

 

 

 

3.

 

, , 타당!

전쟁처럼 빗발치는 총탄을 쓰러진 테러범의 시신을 방패삼아 막으며 오이카와가 그들 다수를 죽였다. 1층에서 피운 소란이 효과가 있는지 꾸역꾸역 계단을 타고 내려온 테러범들이 많았다. 이쪽은 위험하고 고달플지라도 아마 위쪽은 인질들을 지키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있을 터였다. 문제는 10층의 인질을 모두 구할 때까지 그들이 버티느냐였다. C구역의 시라부, D구역의 쿄타니, E구역의 텐도까지. 이와이즈미와 쿄타니는 그가 심혈을 기울여 뽑은 AO팀의 팀원이라 믿을 수 있었고, SI팀이었던 시라부와 텐도 역시 마찬가지로 우시지마가 아끼는 팀원들이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는 그들이었다.

굳이 무리해서 A에서 E구역까지 나눈 이유가 있는데 우시지마가 A구역으로 넘어왔으니 A구역과 B구역을 두 사람이 동시에 커버해야 했다.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에게 B구역으로 넘어가라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왕 온 거 같이 해결을 하는 게 낫단다. 어이가 없었지만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 옥신각신할 여유가 없었다.

 

우시와카쨩, 왼쪽!”

 

오이카와의 말에 우시지마가 왼쪽에서 주먹을 휘두르려 달려오는 테러범을 발로 찼다. 그 파워가 어찌나 강력하던지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파워로 유명한 건 알지만 확실히 눈앞에서 체감하는 건 또 달랐다. 온몸이 무기 수준이었다. 오이카와는 자존심이 상하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으며, 잠시 틈을 보인 우시지마를 노린 테러범들을 모조리 쏴 쓰러뜨렸다. 우시지마도 적에게 등을 보인 오이카와를 엄호하기 위해 오이카와 쪽 테러범들을 총으로 쐈다.

조금 살만하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커버할 범위가 확실히 넓었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상대할 수 있는 것을 여러 군데 장소를 옮기다보니 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안정감은 괜찮은 편이었다. 오이카와가 틈을 보이면 우시지마가 그것을 메우고 우시지마가 틈을 보이면 오이카와가 그것을 메운다. 자존심이라는 부수적인 문제를 버려둔다면 아주 만족할만한 팀웍이었다. 버리는 것이 어려워서 문제였지만.

 

……!”

 

오이카와가 테러범이 쏜 총에 맞을 뻔한 것을 우시지마가 끌어당겨 빗나가게 만들었다. 무지막지하고 우악스러운 힘에 끌려가 마음이 상한 오이카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우시지마를 노린 테러범 쪽을 총으로 아작냈다. 하지만 급한 상황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시지마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세게 주고 품에 안듯 끌어당겼다. 보호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달갑지 않았다. 억지로 고개를 가슴팍에서 떼어내 보이는 틈으로 총을 밀어 넣어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등 뒤를 사수했다.

그러던 와중 오이카와는 문득 등 뒤가 묵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등에 무언가 닿아 있었다. ! 테러범을 일격에 쓰러뜨리고 힐끗 쳐다본 오이카와는 그의 등을 부드럽게 감싸듯 안고 있는 우시지마의 팔을 발견하고 까무러칠 뻔했다. 이 자식 왜 안 하던 짓이야?? 오이카와는 허리를 숙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서 빠져나온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테러범의 시신을 들어 우시지마에게 던졌다. 가뿐히 그것을 받아들고 의아하게 오이카와를 쳐다보는 그에게 소리쳤다.

 

안을 게 필요하면 그거나 안으시지!”

 

오이카와는 총탄이 떨어진 듯 몸으로 들러붙어오는 테러범의 명치를 가볍게 팔꿈치로 가격해 쓰러트렸다. 총을 들고 있는 테러범들이 새롭게 몰려들기 시작하기에 그에게 달려드는 테러범을 결박해 방패로 썼다. 그런 오이카와의 귓가에, 우시지마가 시신을 바닥에 던져버리는 소리가 들렸다. 벽 모서리에 몸을 숨긴 우시지마의 목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렸다.

 

내가 안고 싶은 건 너다만.”

 

오이카와는 하마터면 총을 떨어트릴 뻔했다.

 

 

 

4.

 

이와이즈미의 신호를 받고 맞은편 건물에 대기하고 있던 야쿠-리에프가 9층의 전면유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 와장창 부서져 내린 공간으로 헬리콥터팀이 무사히 들어갈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 사이 카게야마-히나타는 10층 전면유리를 향해 총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인질들을 총부리로 위협하고 있던 테러범 다섯이 우왕좌왕하며 자리를 피하고 주춤주춤 물러났다. 히나타가 총을 쏠 때마다 흔들리는 반동에 카게야마의 총도 흔들렸지만, 탁월한 센스와 감각의 본능으로 쏜 덕에 빗나가는 일은 없었다.

리에프도 다시 10층을 향해 총을 쏘았다. 테러범 다섯 중 두 사람이 맥없이 쓰러졌다. 통신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들리는 환호성은 각각 히나타와 리에프였다. 그것을 필두로 몸을 숨기고 있던 헬리콥터가 건물 사이를 헤치고 나타났다.

 

보쿠토상, 준비 됐습니까? 안전장치는요?”

, 맞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어차피 떨어질 일도 없잖아?”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아카아시 나 걱정해주는 거야?”

 

아카아시가 보쿠토에게 타박을 주었지만 보쿠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안전장치를 다시 한 번 점검할 때, 헬기를 운전하고 있던 쿠로오가 말했다.

 

내릴 준비 해.”

 

헬기가 건물에 가까워졌다. 5, 4, 3, 2, 1.

보쿠토가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정확히는 헬리콥터에서 허공을 뛰어넘어 9층 안으로 진입하는 데에 성공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카아시도 풀쩍 뛰어넘어 건물 진입에 성공했다. 겁에 질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야마구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고소공포증은 정말 무섭다. 그렇지만,

 

무서우면 굳이 안 해도 돼.”

 

헬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츠키시마가 말했다. 야마구치는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고소공포증이라는 이유로 뒤로 물러나있을 수는 없었다. 헬기도 무서웠지만 여기까지 잘 타고 오지 않았는가. 나 혼자 뒤쳐지고 싶지 않아. 야마구치는 이를 악물고 헬기에서 점프했다.

 

……잘했어.’

 

통신으로 전해지는 츠키시마의 말에 야마구치가 주먹을 꼭 쥐며 웃었다. 옆에서 들리는 쿠로오의 말에 분위기가 좀 깨졌지만 말이다.

 

켄마, 들었어? 우리 귀여운 수습이었던 녀석이 제법 팀장 같잖아?’

팀장 같은 게 아니라 팀장 맞는데요.’

쿠로. 헬기 각도.’

으아악!’

 

빨리 올라가죠.”

 

아카아시의 말에 보쿠토와 야마구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5.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았다. 아직 조무래기들이 남아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5분이 충분히 찼다. 그는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했으므로 나머지는 FN팀과 K1팀의 몫이었다. 실패했다면 나머지팀, 특히 K1팀의 카게야마에게 모든 책임을 물려버릴 생각도 하며 심술맞은 얼굴을 한 오이카와는 총격이 느슨해진 틈을 타 통신을 on으로 돌렸다. 그 사이에 우시지마가 그의 등을 눌러 총탄을 피하게 했다. 그의 손에서 빠져나와 곧바로 앞에 달려오는 테러범을 총으로 쏜 오이카와는 그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던 이와이즈미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이, 오이카와. 거긴 어때.’

오이카와씨는 괜찮아. 다른 구역은?”

‘C, D, E 구역도 대충 정리 됐어. 다들 무사하고. B구역의 우시와카는……

우시와카쨩도 괜찮아.”

뭐야, 같이 있냐?’

그렇게 됐어. 이와쨩, 작전은 어떻게 됐어?”

네 계획대로. 적어도 10층에 있던 인질 30명은 모두 무사해.’

이쪽도 귀여운 조무래기들만 남았으니 금방 처리할게~”

경찰 측에서 뒷수습하러 올 거니까 적당히 해, 망할카와.’

적당히가 어느 정돈지 모르겠습니다만?”

 

장난스럽게 말한 오이카와가 통신을 끈 뒤 남은 테러범 둘에게 총을 쏘려 했다. 하지만 찰칵찰칵 소리만 날 뿐 총알이 다 되어 나가는 게 없었다. 총을 든 손을 들어 올리자 빈 총탄집이 바닥에 떨어지고, 새로운 총탄집을 꺼내 철컥철컥 끼워 넣을 때였다. 우시지마가 그를 다시 잡아당기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당길 거면 말을 하라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오이카와가 우시지마의 품에 파묻혔다. 땀냄새와 피냄새가 섞인 가운데 그가 쓰는 향수 냄새도 희미하게 났다. 입을 꾹 다문 오이카와가 벗어나려 했지만 우시지마는 그를 안은 채로 빠르고 정확하게 총을 쏴 상황을 완전히 종결시켰다.

 

끝났다.”

 

우시지마가 말했다. 오이카와가 말했다.

 

그럼 오이카와씨 좀 놔주지? 우시와카쨩이 말하는 팀장 보호도 지금은 의미 없지 않아?”

그런가.”

 

우시지마가 힘을 풀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품에서 머리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허리로 옮겨간 우시지마의 팔이 신경 쓰일 뿐이었다.

 

우시와카쨩. 다시 말하지만, 오이카와씨는 팀장이라고 과잉보호 하는 거 안 좋아해. 그럴 필요도 없고.”

……?”

필요 없다니까? 우시와카쨩이 팀장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오이카와씨가 팀장이니까, 그 방식에 따라줬으면 좋겠어. 내가 계속 말 했잖아.”

그런가.”

 

우시지마가 잠시 오이카와를 마주보았다. 잠시 생각에 빠진 듯했던 그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그럼 연인을 하면 되겠군.”

……, ?!”

 

하마터면 그래라고 말할 뻔했다. 오이카와는 눈을 부릅뜨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우시지마가 그의 팔을 잡아 그러지 못하게 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시와카쨩! 아까 뭐 잘못 맞았어? 정신 차려!”

? 팀장으로 보호받는 게 싫으니 연인으로 보호받으면 되는 게 아닌가?”

 

이건 또 무슨 논리야! 우시지마와 팀이 합쳐지기까지 했지, SA팀 수습으로 들어 왔던 카게야마가 노하우 좀 알려달라며 귀찮게 따라다니지, 그 암울했던 시절 발병해 겨우겨우 치료를 끝마친 스트레스성 위염이 다시 발병할 것 같았다. 오이카와가 소리쳤다.

 

오이카와씨가 왜 우시와카쨩이랑 연인을 해! 보호는 왜 받아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으니까.”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말이 왜 안 되지?”

 

눈앞이 아득하고 캄캄해졌다. 어떤 논리를 쓰고 비꼬아도 먹혀들지 않은 상대다. 같은 팀이 하고 싶으면 밑으로 들어오라는 말도 곧이곧대로 따른 이상한 남자였다. 어떻게든 결과적으로 오이카와와 같은 팀이 되는 목표를 이루어냈으므로 한 번 결정한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대단한 뚝심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오이카와는 이러다가 큰일나겠다 싶어 재빨리 연인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들먹이려 했지만 그를 끌어당기는 우시지마가 더 빨랐다.

 

, 뭐하는 거야?”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할 새도 없었다. 우시지마가 간단히 답했다.

 

연인들은 대개 임무가 끝나면 키스를 하지 않나?”

누가 그래!!”

영화에서 그러던데.”

 

이게 미션 파서블이야? 008이야? 누가 우시와카쨩한테 이상한 영화 보여줬어!!

 

눈 감아라, 오이카와.”

, ……!”

 

오이카와의 얼굴이 단단한 손에 붙들렸다. 힘센 손아귀를 피할 도리가 없이 속전속결로 우시지마의 입술이 부딪쳐 들어왔다. 젠장, 너무 간단해! 너무 빨라!

……이건 꿈이야!

속으로 아무나 좀 구해달라는 말을 부르짖으며 오이카와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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