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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히나] 두번째 사다리 2

별골짜기 2016. 8. 1. 17:51

카게히나

두번째 사다리 2

원작날조 있음 / 3기 네타 / 미완 가능성

 

 

 

 

카라스노 고등학교. 카게야마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학교였다. 전국대회로 가는 길목인 지역 예선 때마다 시라토리자와와 팽팽한 접전을 펼친 것이 자그마치 3년이다. 몰락한 강호. 날지 못하는 까마귀라고 무시당한 적도 있었으나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카게야마가 처음 고등학생이 되어 출전한 인터하이 예선에서 보았던 경기력과는 차원이 다르게 변모한 모습으로 그해 봄고 예선에서 마주쳤었다. 인터하이 예선에서는 결승까지도 올라오지 못했던 카라스노가 처음 그들을 꺾고 전국에 진출하고, 그 이후에도 짜기라도 한 듯 한 번씩 번갈아 전국대회에 진출하곤 했던 경기의 중심에는 히나타 소요가 있었다.

조그만 체구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운동신경으로 약점을 커버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미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작은 체구로 실업팀에서 부상은퇴하기 전까지 살아남았던 것을 보면 확실히 악착같은 면이 있었다. 한 번 잡으면 절대 놓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그러한 점 때문에 까다롭고 성가신 천적. 그런 그를 다시 만났다.

카게야마는 속도를 줄이고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3년 내내 다닌 기억이 있는 시라토리자와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그 안의 구성원도 마찬가지로. 10년 전 담임이었던 선생을 만나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는 말을 들었지만 카게야마는 별로 동감하지는 않았다. 졸업 이후로도 학교 측의 부탁으로 몇 번 지도해주긴 했지만 돌아왔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곳에 자리 잡게 될 줄은 카게야마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했던 기억밖에 없는 곳. 승리의 기쁨보다는 거듭된 채찍질로 스스로를 더욱 꾸짖어야 했던 시간. 한계까지 몰린 기억밖에 없지만 결국 그는 이곳을 선택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자 교정의 벚나무에서 달달한 꽃향기가 스며들었다. 카게야마는 감성적인 편이 아니었다. 꽃향기가 되새기게 만드는 나른한 추억도 없었다. 기억 속의 시라토리자와는 땀 냄새뿐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카게야마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공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는 20분 정도 남았지만 그가 도착해야 하는 시간보다는 10분 정도 늦었다. 3시간 전 체육관 문을 가장 먼저 열고 들어온 게 그라는 핑계는 굳이 댈 필요 없었다. 신발을 갈아 신고 체육관에 들어서자 시끄럽게 울리던 소리들이 일제히 멈췄다. 심지어 공 소리도 나지 않고 뚝 끊겼다.

이젠 적응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지 학생들은 존경심을 담아 카게야마를 대했다. 전 국가대표이자 천재로 유명한 카게야마가 일본에 입국할 때마다 부탁을 받아 시라토리자와를 지도한 건 처음이 아니지만, ‘잠깐이 아니라 최소 일 년 동안 꾸준히 보게 될 것이라는 흥분감이 그들을 고취시킨 듯했다.

시라토리자와가 자랑스러워하는 유명인에, 특히 배구에 뜻이 있다면 모를 수 없는 게 카게야마인만큼 배구부는 입부 문의가 쇄도했다. 애초에 시라토리자와는 추천입학으로 주로 선수를 구성했고 일반입학으로 들어와 배구부에 입부하는 것은 손에 꼽았지만, 뒤늦게 그가 시라토리자와의 코치로 오게 되었다는 말이 돌아서였다. 최대한 늦게 알리고 싶어 입단속을 했지만 완전한 비밀이 되지는 않아 신입생 모집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받아달라는 부탁이 꽤 들어왔다. 정작 카게야마는 그가 가르치는 일에 소질이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학생들로서는 갓 현역에서 내려와 죽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는 그의 시범만으로도 대단히 기뻐했다.

 

늦었군.”

 

호루라기를 목에 거는 카게야마에게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3년 전부터 은퇴하고 시라토리자와의 감독을 맡고 있는 우시지마였다. 내용상 질책하는 말이었지만 그저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감상일 뿐 사과를 받으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카게야마는 알고 있었다. 눈치가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같은 학교에서 1년 동안 뛰었고 그 이후에는 월드리그에서 함께 발을 맞춘 시간이 길었으니 아무리 카게야마라도 파악하지 못할 수 없었다. 생각하는 구조가 비슷해 오이카와와 달리 어렵지도 않았고.

우시지마는 카게야마와 더불어 시라토리자와가 낳은 스타였다. 청소년 국가대표 마크를 단 데에 이어 순조롭게 성인 국가대표가 되었다. 해외리그는 딱 3년 동안 있었지만 은퇴 전 국내리그로 리턴할 때 공들인다 싶은 외국용병과 맞먹는 조건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는 유명했다. 그 이후로도 은퇴 직전까지 국가대표로 함께 했으니 호흡이 나쁘지 않기도 했다. 우시지마가 카게야마의 토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감상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그가 카게야마의 코치행을 반대한 건 아니기도 했다.

 

오다가 누굴 만났습니다.”

누구를?”

히니타 쇼요. 기억하십니까?”

 

우시지마의 눈매가 잠시 가늘어졌다. 카게야마만큼 우시지마는 히나타를 꺼려했다. 싫어한다고 하기엔 피하진 않고, 밟아주고 싶어한다기에는 허접한 모습을 용납하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우시지마를 이해하기도 했고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봄고 예선에서 허접한 모습 한 번, 국내리그로 유턴한 이후에는 날아다니는 모습을 쭉 봐왔을 텐데 그에게는 아직도 미묘하게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몇 달 전에 은퇴했다고 들었는데, 이 근처에서 봤나?”

히나타 쇼요는 카라스노 코치로 들어갔습니다. 이 근처는 학생들을 인솔하러 온 것 같았고.”

 

우시지마가 팔짱을 꼈다. 카게야마는 바닥에서 기록판을 주워들며 이곳으로 오는 동안 고심했던 말을 했다.

 

카라스노와 연습경기를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우시지마가 카게야마를 빤히 쳐다보았다.

 

네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다만. 히나타 소요의 생각인가?”

? 제 생각인데요.”

그런가.”

 

우시지마가 다시 학생들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생각해보지.”

 

 

 

 

그로부터 5시간 후, 우시지마는 카라스노로 연락을 부탁했다. 돌아오는 화요일에 연습경기를 하러 올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부탁을 받은 선생이 곧바로 교무실로 돌아가 버리고, 카게야마는 멀뚱히 우시지마를 보았다. 한참 토스 및 스파이크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그가 말했다.

 

최근 지역 예선 결승 3연전을 모두 카라스노와 맞붙었다. 알고 있나?”

.”

 

카게야마도 시라토리자와에 오기 전에 나름 준비를 하고 왔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작년 봄고 예선, 같은 해 인터하이 예선, 그 전년도 봄고 예선 연속으로 카라스노와 결승에서 맞붙었다. 그 중 시라토리자와가 카라스노를 꺾고 전국에 간 건 한 번이었다. 그 삼연전 이전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해 전국대회로 가는 티켓을 거머쥔 것이 시라토리자와라는 점에서 미야기현의 양강구도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가끔 아오바죠사이가 전국을 가는 일도 있었지만, ‘라이벌이라고 하면 시라토리자와와 함께 꼽힐 정도로 10년 동안 카라스노는 큰 성장을 했다.

 

미야기에 한해서라고는 하지만 카라스노와는 라이벌 구도로 보이기 시작한 게 꽤 됐지. 그에 비해서 학교 간의 교류는 크게 없었어. 이번 기회에 인터하이 대비로 카라스노와 연습 경기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야마로서도 학생들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끼리 갖는 연습게임이 아니라 타교와의 연습게임이 편했다. 무엇보다 카라스노의 우카이 감독은 시라토리자와의 천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기는 법을 아는 성가신 상대였다. 조그만 체구의 미들블로커, 그것도 1학년짜리를 끼워 넣은 말도 안 되는 스쿼드로 왕자 시라토리자와를 꺾고 전국에 갈 줄 누가 알았던가.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열이 올랐다.

그때 한 1학년이 크로스를 친다는 걸 방향을 과하게 꺾어 공이 라인 밖으로 튕겨 나왔다. 공은 근처에 있는 카게야마와 우시지마 쪽을 향해 날아왔다.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린 학생들과는 달리 두 사람은 너무나도 무덤덤했다. 특히 공이 카게야마쪽으로 가깝게 날아가 그가 피해야 하나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우시지마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공을 걷어냈다. 현역에서 은퇴한지 얼마나 됐다고 반응속도가 발군이었다.

감독이 공을 걷어냈다! 학생들이 잔뜩 굳어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 반응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시라토리자와 배구부에 입단한 학생들은 대부분 중학교 때 성취를 보여 추천입학을 한 아이들이었고, 주로 위계가 엄하게 잡혀 성적을 내기 쉬운 곳이었다.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당시 감독도 무척 엄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엄히 체벌을 받아 항상 긴장해야 했다. 하지만 우시지마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들이지 않고 학생들의 긴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엄하고 무뚝뚝하긴 했지만 체벌을 가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우시지마는 스파이크를 친 학생을 불러냈다. 학생들이 긴장한 것과는 달리 우시지마는 아무렇지 않게 그의 자세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자세를 고쳐주었다. 카게야마도 손짓을 해 스파이커에게 토스를 올려준 세터를 불렀다. 자세가 한순간 흐트러져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했고, 그것이 스파이커가 범실을 빚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게야마가 학생들은 쉽사리 알아듣지 못할 설명을 했다. 이렇게, , . 어리둥절해하는 얼굴이 보여 공을 주워든 뒤 직접 공을 허공에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다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카게야마의 스킬에 다들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딱딱하게 굳어 긴장하고 있던 학생들은 어느새 두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우시지마와 카게야마는 전 국가대표 에이스와 세터였다.

 

 

 

 

카게야마는 학생들의 인사를 무뚝뚝하게 받고 체육관을 나섰다. 몇몇 학생들이 자율연습을 위해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면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해 순순히 나왔다. 사실 학생들은 카게야마가 남아 지도해준다면 가문의 영광으로라도 삼을 용의가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카게야마에게 그걸 알아차릴만한 눈치는 없었다.

카게야마도 체육관 불을 끌 때까지 남아 연습하곤 했었다.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은 이제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양보해야 할 때가 되어 있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은퇴 후에도 계속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한 이상 후회는 없었다. 카게야마는 러닝이나 하며 집에 돌아갈까 싶은 생각으로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본가로 향하는 건 아니었다. 카게야마는 미야기로 내려오며 방을 새로 하나 얻었다. 본가에 있는 그의 방은 이미 부모님들이 사용하는 창고가 된 지 오래였다.

카게야마가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가방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카게야마는 옆으로 메고 있던 스포츠백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상대였다. 카게야마는 의아하게 전화를 받았다.

 

.”

토비오쨩?’

무슨 일이십니까?”

오이카와씨가 전화를 걸어줬는데 반응이 그게 뭐야?’

…….”

재미없긴. 또 뭐가 문젠지 몰라서 인상 찡그리고 있지? 오이카와씨는 다 알아.’

 

오이카와의 말처럼 뭐가 문젠지 알 수 없기도 했지만, 전화상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오이카와가 왜 전화를 했는지도 알 수 없어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토비오쨩, 은퇴하고 시라토리자와로 갔다는 게 정말이야?’

어떻게 아셨습니까?”

 

오이카와가 알 정도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게 아닌가. 거취를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숨겨지긴 어려운 일인 모양이었다. 은퇴의사를 내비추자마자 쇄도하던 엄청난 양의 전화와 인터뷰에 시달리다가 결국 한 매체만을 골라 인터뷰했지만, 일시적으로 잠잠해지긴 했을지언정 요새도 그를 취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어 귀찮았다.

 

오이카와씨는 토비오쨩의 중학교 선배라구? 알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데 어떡해.’

그런가요. 시라토리자와로 온 거 맞는데 문제 있습니까?”

그럼 있지!! 아아주 문제지!! 가도 하필이면 시라토리자와 코치가 뭐야?’

? 제 모교이기 때문인데요.”

그게 아니라!’

 

오이카와가 답답함을 숨기지 않고 외쳤다.

 

거긴 우시와카쨩이 감독으로 있는 곳이잖아!’

.”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고!’

 

전혀 이해하지 못한 카게야마에게 오이카와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토비오쨩, 시라토리자와 아가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이해 못했지 지금?’

.”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야.’

 

오이카와가 어쩐지 이를 꽉 문 것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카게야마는 착각이려니 했다. 대신 카게야마가 물었다.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하신 겁니까?”

그것도 있고, 또 있어.’

뭡니까?”

이번 주말에 오이카와씨 미야기 내려가. 토비오쨩은 꼼짝도 말고 집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괜히 나와서 나랑 마주치지 말자구.’

?? 주말에도 연습 봐주러 가야 하는데요.”

벌써 주말훈련이야? 시라토리자와는 쉬는 날도 없어?’

아깝게 왜 쉬나요?”

역시 시라토리자와 아가들이 불쌍해.’

 

카게야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현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온 카게야마가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더 할 말 있으십니까?”

정말 귀염성이라곤 하나도 없다니까.’

 

투덜거린 오이카와가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

 

국내 리그 리턴 안 하고 바로 은퇴해 버린 거이유가 뭐야?’

…….”

부상은 핑계라는 거 알아. 나 말고도 그 말 믿지 않는 사람들 꽤 많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리그 돌아오려고 알아보지 않았어? 그런데 갑자기 은퇴해버렸잖아. 역시

 

무언가 알고 있는 듯 목소리를 내리깐 오이카와의 말에 카게야마는 조금 긴장했다. 이어질 그의 말을 기다리는데,

 

오이카와씨를 상대하기 무서웠던 거지?’

…….”

아직도 팔팔한 오이카와씨가 더 어린 토비오쨩보다 잘할까봐 겁먹은 거지? 정말 어쩔 수가 없다니까~’

 

카게야마는 조금 울컥했다. 제 발로 현역자리를 걷어차긴 했지만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었다. 십수 년을 목표로 삼아온 사람이 자존심과 승부욕을 슬슬 긁는데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뭘까나.’

저녁 먹어야 하는데 끊어도 됩니까?”

토비오쨩.’

 

카게야마가 전화를 끊기 전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나을 걸 그랬다.

 

진짜 짜증나. 겁쟁이 멍청이 에베베~’

 

. 소리를 내며 끊긴 전화를 카게야마는 허망하게 쳐다보았다. 오이카와와의 대화는 늘 흐름을 종잡을 수 없어 따라가기 바빴다. 마무리는 늘 이런 식이었고.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보다 두 살이 많았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뛰고 있는 팀에서도 여전히 주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의 뛰어난 실력과 수많은 공식전을 통해 쌓인 경험은 절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국내리그로 리턴했다면 확실히 그와 다시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카게야마는 핸드폰을 던진 뒤 소파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오이카와와 나눈 통화 내용이 다시금 머릿속을 울렸다. 겁쟁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 카게야마는 소파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빨리 화요일이 됐으면 좋겠다.

 

 

 

 

카라스노와의 연습경기가 있는 날. 카라스노는 곧바로 시라토리자와와의 연습경기 제안을 받아들였고, 학교가 파한 뒤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타학교와의 첫 연습경기였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상대가 카라스노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차라리 처음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길 바라며 카게야마는 마무리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토스를 올리고 스파이크를 치고 리시브를 하는 수많은 학생들의 모습을 카게야마는 날카로운 눈으로 좇았다. 스타팅은 우시지마와 상의해 미리 정해두었다. 하지만 교체를 누굴 어떻게 써먹느냐는 아직 미지수였다. 현 내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카라스노와의 연습경기. 누구도 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시라토리자와 정도 되는 배구부에 올 정도면 더욱 그랬다. 카게야마 역시 언제나 경기를 갈망했다. 코트 위에 서고 싶었다. 그 간절함을 알기 때문에 더욱 허투루 고를 수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신중하게 학생들을 헤아렸다.

그때 배구부 고문 선생이 체육관에 들어왔다. 카라스노가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우시지마와 시선을 마주친 카게야마는 고문 선생을 따라 카라스노를 마중 나갔다. 카라스노는 한눈에 보기에도 꽤 큰 버스를 타고 온 듯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큰 버스가 아닌 것으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학교 차원에서 지원이 꽤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딱히 부러운 건 아니었다. 시라토리자와는 예전부터 차고 넘치게 받아온 지원이었으니까. 카게아마는 버스가 완전히 주차될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버스 창문에 달라붙어 있는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라 뒤통수가 근질근질한 것을 빼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고 동시에 학생들이 우수수 내렸다. 버스 크기로 예상한 거지만 주전 후보선수 할 것 없이 전부 온 듯했다. 시라토리자와의 경기를 직접 볼 일이 거의 없으니 봐두자는 뜻이겠지. 그건 시라토리자와의 부원들도 마찬가지라, 오늘 경기를 잘 봐두라는 당부를 이미 해둔 상황이었다. 다만 일개 코치까지 파악하려는 셈인지 빤히 쳐다보는 시선들이 좀 거슬릴 뿐이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아도 로드워크 때 그를 이미 본 학생들이 몇몇 섞여 있을 텐데 시시하지도 않은지 한결같이 강렬하게 빛나는 시선이었다. 어쩌면 그가 거북해하는 동시에 코치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작전일지도 모른다. 그의 유명세를 고려하지 않은 생각을 하며 카게야마가 슬며시 미간을 좁히는 사이 드디어 아는 얼굴이 내렸다.

우카이 뒤를 따라 내린 히나타 쇼요는 어딘지 모르게 머쓱해 보였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가 먼저 우카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 시라토리자와를 꺾고 전국에 갔을 때도 젊은 나이였어서 그런지 지금도 무척 젊어보였다. 젊은 걸로 치면 우시지마를 이길 순 없겠지만. 뒤이어 고문 선생이 우카이에게 손을 내밀고, 카게야마는 몸을 돌려 히나타와 악수했다. 어쩐지 근처 시선이 더 뜨거워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히나타의 손도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

 

초청해줘서 고마워.”

 

히나타가 말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시합이 됐으면 좋겠는데.”

이쪽도 마찬가지야.”

 

꽤 호기롭게 하는 말에 학생들이 장난스럽게 탄성을 내뱉었다. 코치님 멋있어요! 선전포고 해주세요! 카게야마가 그들을 돌아보자 맞추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변해 있었다. 히나타가 소리쳤다.

 

이 녀석들! 빨리 체육관 가서 웜업해야지!”

 

고문 선생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던 우카이가 씩 웃으며 학생들을 인솔해 안내를 받아 체육관으로 향했다. 카라스노 학생들은 카게야마를 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나 별 수 없이 발길을 돌리는 듯했다. 카게야마와 히나타도 맨 뒤에서 그들을 쫓아갔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카게야마에게 히나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너희 학교는 별로 변한 게 없네~”

와본 적 있어?”

. 한 번?”

언제?”

“1학년 때? 로드워크하는 재팬아니 우시와카 따라가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라면 한참은 전의 일이었다. 기억력이 좋은 건지 그때의 기억이 인상 깊게 남은 건지 꽤 오래도 기억한다 싶었다. 그가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저기 근데, 카게야마.”

?”

내 이름 알아?”

히나타 쇼요.”

우와. 진짜 알고 있네!”

? 당연한 거 아냐?”

 

히나타가 볼을 긁적였다.

 

물론 우리가 3년 내내! 길이길이 회자될 라이벌로서! 숱한 전설과 명장면을 만들어냈지만

 

라이벌? 전설? 명장면? 3년 내내 카라스노와 지겹도록 맞붙는 건 맞지만 그게 그렇게 표현될 정도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카게야마는 전체적인 플레이와 세간의 평가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스스로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조차 버겁고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라 인상을 찌푸리는데, 히나타는 그걸 어떻게 해석한 건지 울컥했다.

 

어이, 그렇다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 지을 필요는 없잖아!?”

? 뭐가?”

……?”

?”

얼굴 찡그린 거라이벌이라고 한 게 마음에 안 들었다거나? 전설이라는 단어가 싫었다거나?”

아닌데.”

, 그래? 아니면 다행이고! 아무튼, 우리가 만난 건 고등학교 때가 전부고, 너 졸업하자마자 바로 해외리그 가버려서, (젠장 부러워,) 일본도 잘 안 돌아왔잖아. 그러니까네가 엄청 옛날에 있던 일을 기억하는 게 혹시 다른 사람 잘못 기억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좀 신기하달까

 

체육관 근처에 이르러 흐린 히나타의 말끝이 카게야마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해외 간 거랑 기억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카게야마는 간단하게 답했다.

 

그래서 기억하는 건데.”

?”

고등학교 때 만났으니까 기억하는 거라고.”

 

카게야마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카라스노 학생들이 짐을 풀고 웜업을 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지켜보는 시라토리자와 학생들의 견제의 시선이 느껴졌다. 우카이와 우시지마가 인사를 나누는 것 같아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잡고 끌어당겼다. 히나타는 뭔가 더 묻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지만 감독들의 대화소리가 가까워지자 참는 듯했다.

 

솔직히 연락 받고 많이 놀랐는데. 시라토리자와가 먼저 연습경기를 제안할 줄은 몰랐어.”

 

그동안 공식전에서 지긋지긋하게 만난 상대지만 연습경기는 의외로 교류가 없었다.

 

우리팀 코치가 먼저 얘기를 꺼내더군요.”

, 그래?”

 

우카이가 놀란 눈으로 카게야마를 보았다. 그건 히나타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카게야마는 의아했다. 우카이는 피식 웃더니 우시지마에게 악수를 청했다.

 

누가 제안한 거든 잘 됐어. 우리팀이나 그쪽팀이나 세대가 교체되고 첫 시합이니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맘껏 시험해보자고.”

? 당연히 이길 겁니다만.”

 

우시지마의 말에 카게야마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카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허허 웃었다. 웃는 게 좀 부자연스러워보였지만 착각이려니 한 카게야마의 귀에 히나타의 목소리가 단호한 들렸다.

 

이기는 건 카라스노입니다!”

 

히나타의 눈은 열의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우시자마가 그제야 처음으로 히나타를 보았다.

 

히나타 쇼요.”

오랜만입니다.”

 

우시지마가 해외리그에서 돌아와 은퇴하기 직전까지는 히나타와 같은 리그에 몸담고 있었으므로 저런 인사가 나올 법도 했다. 우시지마는 역시나 껄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우카이가 카라스노쪽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히나타는 다시 우시지마와 시선을 마주친 뒤 달려가 버렸다. 마치 까마귀 무리 같은 까만색 져지를 입은 무리에 위화감 없이 섞여 들어가는 히나타의 모습을 멀뚱히 보던 카게야마가 우시지마를 한번 쳐다보았다.

 

히나타 쇼요와 많이 만나셨습니까?”

그랬지.”

얼마나 만나셨습니까?”

시즌마다 최소 3번은 봤다만.”

 

우시지마가 의아하게 카게야마를 보았지만, 그는 말없이 다시 카라스노를 쳐다볼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학교간의 본격적인 연습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세트는 무난하게 양쪽 다 2학년과 3학년 위주의 라인업을 짰다. 신입생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고, 실력이나 경험상으로도 좋은 스타트를 끊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멤버들은 작년 예선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카게야마는 우시지마와 벤치에 나란히 앉아 경기를 살폈다.

카라스노의 공격은 종잡을 수 없음을 특징으로 하는 편이었다. 전국에 나갈만한 대부분의 학교들은 손에 꼽힐만한 특징이 있기 마련이었지만,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를 기술들을 잡다하게 사용하는 통에 주력으로 생각할 공격이 없었다. 그게 또 아이러니하게 카라스노의 특징이 되어 꽤 골치 아픈 상대였다. 게다가 학생들의 수준도 꽤 높았다. 지난 10년간 전국대회에 단골로 등장한 덕분인지 시라토리자와가 추천을 넣었어도 카라스노를 선택한 경우도 늘어났다고 했다. 특히 저 2학년으로 알고 있는 세터가 그랬다.

카게야마는 카라스노의 세터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그의 플레이가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익숙했다. 토스의 정확도도 높고 무엇보다 판단력이 좋았다.

 

카라스노의 세터 실력이 좋군.”

 

우시지마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이 바쁘게 코트 안을 훑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 말에 동의했다.

 

리시브가 약하지만 저 세터가 커버하고 있어요.”

저 세터는 1학년 때부터 주전이었다.”

그런가요.”

성가신 쪽이지. 너와 비슷한.”

제가 성가십니까?”

썩 맘에 들지는 않았지.”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우시지마는 늘 그의 토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시지마 그리고 오이카와와 같이 국가대표가 되었을 때, 고등학교 시절 호흡을 맞춘 것은 카게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시지마는 굳이 찾자면 오이카와의 토스를 찾았다. 그때마다 오이카와씨가 왜 우시와카쨩한테 토스를 올려줘야 하냐구!!’라는 분노가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렸지만 같은 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성가시다니.

 

선배를 귀찮게 한 적은 없는데요.”

그런가.”

 

그때 카라스노에서 타임아웃을 외쳤다. 시라토리자와와 3점 차이가 난 순간이었다. 브레이크를 걸다니 아쉽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그의 고개가 카라스노 벤치 쪽을 향했다. 양 주먹을 불끈 쥐고 뭐라뭐라 말하고 있는 히나타가 보였다. 시라토리자와 학생들이 그 앞에 정자세를 취하고 서는 바람에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날 시합은 시라토리자와의 승리로 끝났다. 1세트가 끝나갈 때쯤 카라스노가 1학년을 깜짝 투입해 상황을 반전시키고 결국 세트를 따냈지만 남은 2세트와 3세트에서는 시라토리자와가 이겼다. 교체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약속한 만큼 두 팀은 수많은 인원을 투입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특히 3세트 때는 1학년을 주로 투입했다. 시라토리자와가 이겼다고는 하지만 조금 더 빨리 상대에게 상성이 괜찮은 조합을 찾아냈을 뿐 막판에는 듀스까지 갈 정도로 치열했던 터라,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카게야마는 우카이 그리고 히나타와 차례대로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카라스노 학생들은 이미 버스에 타서 지친 몸을 쉬고 있을 터였다. 우카이는 이기지 못해 아쉽다며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고 했다. 우시지마는 다음에도 이기는 건 시라토리자와라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히나타는 듀스까지 상황을 끌고 가다가 결국 져버린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는 다짐이 깃들어있는 눈을 본 카게야마가 우카이에게 말했다.

 

돌아가면 미팅하시겠네요.”

? 그렇지.”

 

이번 연습시합을 통해 여러 멤버들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반면 그들의 기본적인 전력이 모두 상대에게 드러났다는 말과도 같았다. 특히 카게야마만 해도 카라스노의 2학년 주전세터를 유심히 관찰했다. 경기 중 히나타의 시선이 시라토리자와 쪽을 많이 오갔던 것으로 보아 그들 역시 인터하이 예선에서 시라토리자와를 만나게 된다면 오늘 시합의 경험을 총동원하며 싸울 것이다. 당장 오늘 미팅을 위해 시라토리자와의 학생들도 체육관에서 그들을 기다리며 남아 있었다.

 

우리 분석 열심히 할 거니까 각오해두라구. 다음엔 꼭 이길 테니까!”

 

히나타가 웃으며 말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다음에도 이기는 건 이쪽일 테니까. 대신 그는 다른 말을 했다.

 

이따 볼래?”

그래, 열심히 핫? ? ? 나랑?”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히나타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카이도 이상한 걸 보는 얼빠진 얼굴로 카게야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시지마만이 아무 표정의 변화 없이 이 광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따 보자는 말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카게야마는 이때를 위해 들고 온 핸드폰을 히나타에게 내밀었다. 얼떨결에 받아든 것을 쥐고 눈만 깜빡거리는 히나타에게 말했다.

 

번호.”

 

히나타는 제대로 대꾸도 않고 , 어 그래.’ 라고만 답한 뒤 자신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저장된 번호를 확인한 카게야마가 다시 물었다.

 

이따 시간 돼?”

, 미팅 끝나고!?”

.”

, 얼마나 걸릴까요 감독님??”

, 글쎄많이 늦을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리도 금방 끝나.”

 

히나타가 입을 벌렸다가 닫은 뒤 말했다.

 

그럼끝나고 연락할래?”

그래.”

 

고개를 끄덕인 카게야마에게 우물쭈물하던 히나타가 우시지마쪽을 향해 몸을 틀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우시지마도 목례로 답했다.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한번 본 뒤 뒤를 돌아 우카이와 버스로 돌아갔다. 카게야마는 손에 든 핸드폰을 꼭 쥐었다.

 

히나타 쇼요와 따로 만날 정도로 친했나?”

 

우시지마의 의외라는 목소리에 카게야마가 잠시 생각하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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